Opinion :노트북을 열며

도쿄 올림픽과 기획재정부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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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현숙 기자 중앙일보 기자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

1964년 도쿄 올림픽은 패전국 일본의 위상을 바꿨다. 세계 최초 고속철인 신칸센이 시속 210㎞로 달려가는 모습에 세계가 놀랐다. 기술 대국 일본의 시작이었다.

57년이 지나 일본은 다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후진적 대회 운영, 한참 뒤진 기술력. 20일(현지시간) “두 번째 도쿄 올림픽은 일본의 쇠락을 보여주고 있다”며 블룸버그가 전한 현실이다.

비슷한 경험을 요즘 기획재정부에서 한다. 5차 재난지원금이 한 사례다. 논의 시작부터 끝까지 여당이 주도했다. 기재부는 일관되게 ‘수비’ 모드였다. 여당 압박에도 선별 원칙을 지켰다지만 시늉(87.7% 지급)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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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발표는 더 어설펐다.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틀이 지난 26일 기재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표지와 목차를 뺀 자료 원문은 8쪽에 불과했고, 그중 재난지원금 부분은 단 3쪽이었다. 누가 받는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데도 설명은 부족했다. 공식 회견 33분 중 질의 응답에 할애한 시간은 13분에 그쳤다. 오전 내내 담당자 전화마저 불통이었다.

금융실명제를 청와대 경제수석도 건너뛰고 재무부(현 기재부) 직원 4명이 모처 사무실에서 비밀리에 설계했다는 옛일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2008년 비슷한 성격의 지원금이 있었다. 유가 환급금이다. 남은 세금(세계 잉여금)으로 재원을 충당했고, 1인당 최대 24만원이 나갔다. 연간 총급여가 3600만원(자영업자는 종합소득 2400만원) 이하인 소득 하위 30%에 지급됐다. 소득 구간별로 6만원부터 24만원까지 지급액도 달랐다. 현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어렵다던 소득별 차등 지급을 10여 년 전 이미 했다.

과정에서도 차이가 컸다. 설계부터 예산 확정까지가 기재부가 주도했다. 유가 환급금 대책 발표 첫날 26쪽 분량의 본 자료에 별도 일문일답 자료가 추가됐다. 각종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 33개가 담겨 있었다. 공식 회견은 1시간 넘게 이어졌고, 기자들 질문 22개에 답변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다음날 자료 2개가 더해졌다. 예상 사례와 지급 방식 등에 대한 22개 추가 문답도 함께였다.

재난지원금은 한 사례일 뿐이다. 놀림거리가 된 28일 부동산 대국민 담화 등 비슷한 일이 잦다. 기재부 조직이 커지고 인원, 관할 예산도 늘었는데 더는 신임 사무관이 가장 선호하는 1등 부서가 아니다. 그동안 기재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지난 57년간 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듯 말이다. 다만 걱정될 뿐이다. 일본처럼 남 일이 아닌, 600조원 국가 예산을 책임지는 부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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