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A씨는 35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긴 소매 옷을 입고 있었다. “팔에 생긴 잇자국 때문”이라고 했다. 불법으로 영업하는 유흥주점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도주하는 여성 종업원을 붙잡았는데 심하게 물렸다. 며칠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약도 꾸준히 바르지만 선명한 잇자국은 그대로다.
그래도 이런 부상은 견딜 만 하다고 했다. 욕설·폭언과 함께 “내 돈 내고 마시겠다는데 왜 간섭하느냐” “네가 받는 월급이 내가 낸 세금에서 나온다” “친구랑 마시는 것도 죄냐?” “백신 맞았으니 단속하지 말라”고 억지를 쓰는 취객들을 상대하다 보면 ‘멘붕(멘탈붕괴)’이 온다. 단속 중 헛기침하는 사람을 만나면 백신을 맞고, 마스크와 수술용 장갑으로 무장했는데도 가족들 때문에 퇴근이 망설여진다고 했다.
가장 큰 고민은 아무리 단속해도 불법 영업하는 유흥시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25일 전국에서 불법 영업으로 적발된 유흥시설은 319곳이고, 적발된 인원만 2004명이다.
수법도 교묘해졌다. 문을 걸어 잠그고 영업을 하는 것은 기본. 모텔을 빌리거나, 3~4일 영업을 한 뒤 장소를 옮기는 ‘메뚜기 식’ 영업을 하며 감시를 피한다. 경찰의 함정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신분증과 사원증, 월급 명세서까지 확인하는 치밀함도 보인다. 그것도 믿기 어려워 요즘은 단골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명단 속 인물들 위주로 영업한다고 한다.
소주 한 병을 3만원에 파는 바가지는 덤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오징어 등을 안주로 내놓으면서 시간당 또는 1명당 20만원에서 40만원을 받는데도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얘기를 듣는 내내 헛웃음이 나왔다.
불법 영업을 한 업주들의 변명은 대부분 “먹고 살려고”다. 정부 등이 다른 업종보다 유흥시설에 유독 엄격한 방역수칙을 적용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일부 업소는 “우리 가게에선 확진자가 나온 적이 없는데 왜 영업을 중단해야 하느냐”는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소상공인은 유흥업소가 부럽다고 했다. “찾아오는 손님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꺼리는 이들이 늘고, 영업시간까지 제한되면서 매출이 줄어 폐업하는 가게가 부지기수다. 이로 인해 생활고를 겪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일도 벌어진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소상공인과 시민들이 방역수칙을 지키는 이유는 확진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전면 봉쇄 등 최악의 상황을 막자는 의지다.
28일 국내 확진자 수는 1896명. 역대 최다 규모다.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는 이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불법 영업 유흥시설과 이용자들에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