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현실 호도와 겁주기로는 부동산 해결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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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부동산 관련 장관들과 함께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은 매우 실망스럽다. 기본적으로 홍 부총리는 문제의 근본 원인인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외면한 채 앞으로도 기존 정책을 따르라고 주문했다. 이런 접근으로는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왜 그런지는 지난 4년간 온갖 강력한 규제를 가한 바람에 폭등한 부동산 시장이 생생한 증거가 되고 있다. 이 흐름을 바꾸려면 반(反)시장 규제를 내려놓는 게 순리다. 수요가 있는 곳에 재건축과 신규 택지를 공급해야 가격 안정 기대가 형성된다.

과잉 규제로 집값 폭등시켜 놓고 국민 탓
기존 정책 고집해선 실패 수렁 못 벗어나

하지만 그럴 조짐은 없어 보인다. 현 정부의 마이웨이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결국 집 있는 사람도, 무주택자도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공시가격 급등의 후폭풍이 크다. 홍 부총리는 “주택 보유자 1%의 얘기”라고 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줄기차게 공시가격을 올린 결과 서울 강남뿐 아니라 강북을 넘어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도 공시가격 급등으로 재산세 부담이 급증했다.

그나마 집 있는 사람은 세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집 한 채라도 있는 걸 위안으로 삼는다. 하지만 무주택자의 고통은 한없이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3법 강행 이후 전세 물량이 줄어들자 고공행진을 그치지 않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1억3000만원 넘게 뛰면서 평균 6억원을 돌파했다.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107주 연속 상승 중이다.

그럴수록 정책 책임자들의 현실 호도는 중증(重症)으로 악화하고 있다. 차츰 입주 물량이 늘어날 것이니 공급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면서 수급 이외 다른 요인을 살펴야 한다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예컨대 실거래가 띄우기 같은 아파트값 조작인데, 정부는 올 2월부터 전국 아파트 거래 71만 건에 대한 저인망식 조사를 벌여 허위 거래 12건을 찾아냈다. 71만 건에 겨우 12건이 나온 허위 거래를 부동산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단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홍 부총리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갱신율이 높아졌다면서 주거 안정이 실현됐다고 자화자찬했다. 국토교통부는 귀중한 국민 세금을 투입해 임대차 3법 성공 홍보전에 열을 올린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며 국민을 조롱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어제 발표에는 경찰청장까지 대동했다. 현실과 통계를 입맛에 맞게 주무르는 것을 넘어 경찰력까지 동원하겠다며 국민을 겁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는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으니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집값을 폭등시킨 과잉 규제와 반시장 정책을 유지한 채 국민 투기 탓으로 현실을 호도해서는 결코 부동산 고통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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