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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 내려온다…몇초 만에 예·적금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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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신분증·통장 들고 은행 가던 시절은 ‘라떼 이즈 홀스(나 때는 말이야)’. 공인인증서로 PC 앞에서 암호 입력하던 ‘인터넷 뱅킹’도 철이 지났다. 이젠 모바일 앱으로 몇 초만에 예적금 가입하는 시대. 금융의 디폴트를 은행에서 ‘○뱅’으로 바꾸는 주역은 누구일까.

카카오뱅크, 다음달 상장 준비중 #기대주 토스뱅크 9월 출격 예정 #“가입 장벽 낮고 쉽게 쓸 수 있어” #“태생적으로 기업 금융에 취약해”

‘뱅’ 내려온다! 

‘뱅’ 선두주자 카카오뱅크(카뱅)는 다음 달 6일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약 18조 5000억원이다. 전통의 강자 KB금융지주(21조원), 신한금융지주(19조원)와 큰 차이가 없다. 고평가 논란에도 26~27일 진행된 공모주 일반 청약엔 186만명이 참여했다. 청약증거금은 약 58조원. 또 다른 뱅 기대주 토스뱅크(토뱅)는 9월 말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를 받았다. 간편 송금으로 시작한 모회사 토스는 7년 만에 이용자 2000만을 모은 핀테크 선두주자다.

모바일 뱅킹 이용실적 변화

모바일 뱅킹 이용실적 변화

‘뱅뱅’의 비장의 무기는? 

‘기존 은행 앱은 불편하고 복잡하다’는 게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이다. 뱅은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가입 장벽 낮고 쉽게 쓸 수 있는 건 뱅의 기본이다. 카뱅은 여기에 국민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로 친숙함까지 얹었다. 계열사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도 카뱅의 강점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카뱅을 금융업에 스며들게 한 로켓이다. 모임 통장이 대표적이다. 카톡 계정만 있으면 카뱅 계좌가 없어도 초대할 수 있다. 현재 약 887만명(중복 포함)이 쓴다.

토스뱅크는 기존 토스앱 내에 출시된다. 2000만명 토스 가입자를 빠르게 토뱅으로 유입하겠단 전략이다. 토스앱의 검증된 보안체계와 대규모 트래픽 처리 능력을 이어갈 수 있다. 원앱(One-App) 전략의 효과는 입증됐다. 지난 3월 토스앱 내 출시한 토스증권은 3개월 만에 350만 계좌를 확보했다. 토뱅은 20명 규모의 5개 팀(스쿼드)을 운영 중이다. 각 팀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상품매니저, 데이터분석가 등으로 구성됐다. 정식 출범하면 10명 단위로 쪼개 속도를 더 높일 예정이다. 기존 은행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실패하더라도 기존 금융권이 안 하던 일을 계속 시도하는 게 우리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한다.

‘뱅뱅’의 미래는? 

뱅의 현재가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뱅킹 혁신이라면 미래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카뱅 매출 중 플랫폼 비즈니스 비중은 8%다.

카뱅은 월 1335만명의 이용자, 사용자 친화적 환경을 무기로 증권계좌나 신용카드 개설 등을 대신 해준다. 생소한 증권사, 신용평가사 앱 대신 친숙한 카뱅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사용자 많은 플랫폼에 광고 비즈니스모델이 붙는 건 자연스럽다. 카카오톡의 광고 운영 노하우가 카뱅에서도 구현될 전망이다. 다양한 데이터로 학습시킨 신용평가 모델은 그 자체로도 경쟁력 있는 상품이다.

뱅의 수익모델은 변신 중이다. 앱 하나에 보험·카드 등 금융서비스를 묶는 ‘번들링’에서 개별 서비스 앱으로 쪼개는 ‘언번들링’을 거쳐 다시 뱅킹에 SNS·쇼핑을 붙이는 ‘리번들링(Rebundling)’으로 바뀌었다.

핀테크 앱이 쏟아지자, 뱅은 조용히 웃는다.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과 손잡겠다는 페이, 보험, 신용정보조회 서비스가 줄 서있기 때문이다. 카뱅이 증권신고서에 “상장 후 핀테크 인수에 2000억을 쓸 것”이라 공언한 건 싹이 보이는 핀테크를 골라 카뱅에 ‘리번들링’하겠다는 의미다. 토스도 핵심 서비스 외에는 언제든 외부와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또 기존 플랫폼 사업 중에도 협업 대상은 차고 넘친다. 카뱅은 카카오 커머스에 입점한 점주에게 카뱅 대출 상품을 선보이거나, 구독 상품과 엮어 포인트를 지급할 수도 있다. 토스는 토스페이먼츠(PG), 토스인슈어런스(GA), 토스증권에 토뱅까지 앱 하나로 내부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뱅뱅, 리스크도 많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정보기술(IT) 산업은 ‘사람(트래픽)이 모이면, 돈은 따라오는’ 업종이다. 하지만 금융은 ‘돈이 돈을 부르는’ 시장이다. 은행 고유 수익모델인 예대마진 사업에서 중요한 건 자본금이다. 수신(예금)이 많아야 이 돈을 여신(대출)으로 굴려 수익을 낸다. 예대마진 기반 4대 금융사(KB·신한·하나·우리) 1분기 순이익은 3조 9680억원. 카뱅이 1분기 467억원을 번 걸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토스도 지난해 영업손실이 725억원이다.

또 태생적으로 기업 금융에 취약하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이들이 대기업 대상 신용공여를 할 수 없게(6조) 막았다. 중소기업은 가능한데 오프라인 지점이 없으니, 잘할지 미지수다. 계좌개설은 비대면으로 하더라도, 복잡한 서류와 기업실사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할지 의구심이 크다. 카뱅의 기업금융 매출이 현재 0원인 이유다.

여기에 은행은 인가사업이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당시 ‘중금리 대출’을 거듭 강조했다. 따르지 않으면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토뱅도 마찬가지다. 기존 상업은행은 리스크가 크고 수익 확신이 어려워 참여를 꺼리는 중금리 대출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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