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 선언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지도부가 중국을 찾아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고 2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왕이 "중국은 아프간 내정에 간섭 안해…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에 협력해달라" #탈레반 측은 중국의 '국가 재건 투자' 강조 #
이에 따르면 회담은 중국 톈진(天津)에서 진행됐으며, 탈레반에선 부지도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참석했다. SCMP는 “이번 회담은 탈레반이 아프간 바다흐샨과 칸다하르 주(州)의 주요 지역들을 점령한 이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독립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탈레반은 아프간의 중요한 군사력과 정치력이다. 아프간의 평화와 화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내 활동에 중국이 간섭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이 중국의 국가안보와 영토 보존에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탈레반이 ETIM 등 모든 테러 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지역의 안전과 발전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TIM은 탈레반 정권 시절 아프가니스탄에 근거지를 두고 신장 내 주요 도시는 물론, 중국 전역에서 200여 건의 테러 활동을 벌인 조직이다.
이에 바라다르는 “탈레반은 어떤 세력도 아프간의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더 많이 참여해 경제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하기 바란다. 적당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국의 아프간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미군이 오는 8월 31일까지의 철수 선언 이후 중국은 ‘아프가니스탄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일대일로’의 핵심 지역 중 하나인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크게 키운 중국 입장에선 아프간 상황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고, 탈레반이 ‘이슬람의 해방’을 표방하는 만큼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와도 직접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와칸 회랑(Wakhan Corridor) 지대를 통해 76km가량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울라 무자헤드는 지난 22일 탈레반이 전체 국경의 약 90%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중국은 이 지역에 미국이 발 딛기를 바라지 않지만 동시에 아프간의 불안한 상황을 잠재울 마땅한 묘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이날 뉴델리에서 진행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인도 관리들 간 논의에서도 아프간 상황과 중국 문제가 중점 사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