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천양조 "영탁母 말대로 돼지머리 묻어…가스라이팅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8 19:50

업데이트 2021.07.29 10:58

백구영 예천양조 회장이 지난 3월 11일 가수 영탁의 엄마에게 보낸 카카오톡 대화내용. [사진 예천양조]

백구영 예천양조 회장이 지난 3월 11일 가수 영탁의 엄마에게 보낸 카카오톡 대화내용. [사진 예천양조]

28일 오후 2시 경북 예천군 용궁면의 예천양조공장. 한 직원이 공장 모서리 밑을 삽으로 60㎝ 정도 파 내려가니 썩은 돼지의 턱 등이 나왔다. 지난 3월 11일 자정쯤 백구영 예천양조 회장이 직원과 함께 매장한 돼지머리였다. 백 회장은 “예천양조의 모델이었던 트로트 가수 영탁의 어머니가 ‘제를 지내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고 해서 돼지머리를 묻었다”며 “그런데 영탁과의 재계약이 불발되고 수상한 느낌이 들어 주변 무속인에게 물었더니 당장 들어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예천양조 백구영 회장 카톡 대화 공개
영탁측 "예천양조 상대로 법적 대응 준비"

아울러 백 회장은 영탁의 어머니와 주고받았다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돼지머리를 묻은 날 두 사람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당시 백 회장은 한밤중에 돼지머리를 묻은 뒤 영탁의 어머니에게 ‘인증샷’을 보냈다.

그러면서 백 회장은 “지난번 알려준 대로 네 모퉁이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돼지머리를 넣어서 막걸리로 고시레를 한 뒤 진흙으로 묻었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영탁 어머니의 뜻에 따라 제를 3번 정도 더 지냈다는 게 예천양조 측의 주장이다.

예천양조의 서울사무소 조재덕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생각하면 회사 전체가 가수 영탁 어머니에게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상황을 이용해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수 영탁, 전속모델 계약 후 매출 50배 급증

2018년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예천양조는 지난해 4월 가수 영탁을 ‘영탁막걸리’의 전속 모델로 계약했다. 이후 2019년 1억1543만원이던 예천양조의 매출액은 지난해 50억1492만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2019년 3억6371만원의 적자를 봤던 것이 1년새 10억9298만원으로 늘었다.

예천양조 관계자는 “(모델 계약 후 매출이 급증함에 따라) 회사 입장에서는 영탁 어머니의 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영탁의 어머니가 공장을 한 달에 한 번씩 들러 공정을 살펴보길래 좀 의아했지만, 아무도 뭐라 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돼지를 땅 속에 묻은 지 3개월 뒤인 6월 14일 영탁과 예천양조는 갈라섰다. 재계약이 불발된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예천양조 측은 “영탁의 어머니와 소속사 뉴에라프로젝트는 예천양조에 1년에 50억원, 3년에 150억원 상당의 계약 조건(모델료 별도, 상표 관련 현금과 회사 지분 등)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예천양조 측은 또 “1년 매출액을 모델료로 쓸 수 없어 7억원의 조건을 제시했지만,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탁 소속사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측은 “150억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영탁의 일부 팬들이 예천양조를 비난하며 불매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회사가 손해를 봤다는 게 예천양조 측 주장이다. 조 대표는 “논란이 불거진 뒤 대리점 30%가 감소했고 매출액도 수직하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탁막걸리’ 특허권 진실공방 이어져

사진 예천양조.

사진 예천양조.

‘영탁막걸리’에는 가수 영탁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자 특허권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영탁의 이름을 넣은 상표 ‘영탁막걸리’의 경우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상표권 등록을 할 때는 영탁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상표법 34조 ‘저명한 타인의 성명을 포함하는 상표는 그의 승낙을 받은 경우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영탁은 지난해 1월 23일 방송 ‘미스터 트롯’에서 ‘막걸리 한 잔’을 불렀다. 예천양조가 영탁막걸리 상표를 출원한 시기는 5일 뒤인 1월 28일이다. 조 대표는 “영탁이라는 브랜드명은 백구영 회장님의 이름의 ‘영’, 탁주의 ‘탁’을 따서 지어 뒀는데 영탁이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영탁막걸리로 정하고 모델로도 발탁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특허청은 지난해 7월 예천양조가 ‘영탁’이라는 상표를 등록하기 위해선 영탁의 승낙서가 필요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에 예천양조는 지난해 8월 11일 영탁의 어머니에게 “상표권 등록이 될 수 있도록 영탁의 자필 서명서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예천양조 관계자는 “당시 영탁의 어머니는 ‘내 아들 이름을 내가 지었으니 자필 서명을 받아 주겠다’고 말해놓고 8일 뒤인 지난해 8월 19일 소속사와 함께 막걸리 등에 대해 ‘영탁’ 상표를 출원했다”며 “현재 이와 관련된 심사가 진행 중이며, 특허청은 올해 4월 19일 예천양조가 제출한 상표 등록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 “법적 대응 준비 중”

이에 대해 영탁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은 재계약 불발이 알려진 뒤 입장문을 통해 “예천양조는 지난해 하반기 ‘영탁’ 상표 출원을 위해 영탁 측에 사용 승낙서를 요청했지만 영탁 측은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종은 “이후 지난 6월 14일 예천양조가 영탁의 동의 없이도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보냈다”며 “영탁 측은 사전에 예천양조로부터 미리 통지를 받은 바 없이 위와 같은 이메일을 받게 되어 몹시 황당했고, 계약을 종료했다”고 했다.

입장문을 통해 영탁 측의 입장을 밝힌 뒤에도 영탁 어머니와 관련한 내용 등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자 세종은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세종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추가로 설명해 드릴 부분은 없다”면서도 “예천양조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된 영탁 어머니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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