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마지막 기회’ 잡은 文…"징검다리 놓으며 암초 극복"

중앙일보

입력 2021.07.28 17:01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2년 넘게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 모드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사진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 직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2년 넘게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 모드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사진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 직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 노 딜’에 그친 이후 단절됐던 남북 대화 국면이 약 2년 5개월 만에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청와대는 27일 통신연락선 복원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징검다리론’을 앞세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목표지점에 둔 것은 남북 정상회담, 더 나아가서는 북·미 간 대화 재개다.

'징검다리론' 꺼낸 靑
文-김정은 소통 방안 구상중
화상·대면 정상회담 모두 대비
'내치' 강조한 김정은, 대화 나설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8일 MBC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은) 실현 가능한,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아가며 양국 간 생길 수 있는 암초를 극복하며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구상중인 두 번째 징검다리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 정상 간의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복원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남북 소통 과정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그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소통은 크게 전화 통화와 화상 정상회담, 그리고 대면 정상회담 등 3가지”라며 “일단은 북측에서 제안에 호응할 때를 대비해 세 가지 형식의 소통에 필요한 제반 여건들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징검다리는 文-김정은 직접소통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통화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로 거론된다.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청와대-국무위원회 통신연락선 개통 후 시험 통화를 하고 있는 당시 송인배(가운데) 제1부속비서관과 윤건영(왼쪽) 국정상황실장. [청와대 제공]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통화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로 거론된다.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청와대-국무위원회 통신연락선 개통 후 시험 통화를 하고 있는 당시 송인배(가운데) 제1부속비서관과 윤건영(왼쪽) 국정상황실장. [청와대 제공]

우선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에 해당하는 청와대-국무위원회 통신선 복원 계기를 눈여겨볼 만 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27일 군 당국과 통일부가 활용했던 통신선 복원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도 정상 간 핫라인 복원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통화하며 중요한 합의에 이르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핫라인 복원 카드를 아껴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핫라인 복원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정상 간 핫라인 통화는 차차 논의할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청와대는 “양 정상 간 대면 접촉에 대한 협의나, 화상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게 없다”고 밝혔다. 아직 북한 측에 정상회담을 제안하지도 않았고, 실무 협의 역시 이뤄지지 않았단 설명이었다.

다만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와 청와대는 화상·대면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며 정상회담 성사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라고 한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판문점에 ‘방역 회담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 역시 정부의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방역회담장은 남북 대화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내부에서 논의중인 여러 방안 중 하나고 진전시키고 있다”며 “정상회담이 성사만 된다면 방역회담장이 아니라 그 무엇인들 못하겠냐”고 말했다.

이를 위한 사전 준비 성격의 남북 실무 협의는 단기간 내에도 성사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이 성과로 이어지고 북·미 간 고위급 채널이 다시 가동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게 정부의 희망사항이다.

'내부결속' 다지는 김정은 불러낼 묘안은 

다만 김 위원장을 정상회담 무대로 이끌기 위해선 북한이 처한 식량난과 코로나19 방역 및 백신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식량 부족 문제와 코로나19 방역 등의 내부적 문제를 감안한 듯 노동신문·조선중앙TV 등 대내용 매체에는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 사실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김 위원장이 남북 대화 등 외부와의 접촉보다 내부 결속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한-오스트리아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한-오스트리아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뉴시스]

이같은 상황에서 특히 대북 백신 협력은 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 등 대화 테이블에 나올 명분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남북 관계를 급진전시킬 수 있는 핵심 카드로 활용 가능하다. 대북 백신 지원에는 한·미 양국이 원칙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14일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인도지원이 제공되도록 하는 국제적 노력을 계속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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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현재 에리트레아·부룬디·탄자니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4개국에 포함되는 등 심각한 백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앞서 코백스 퍼실리티(COVAX·세계 백신 공동분배 프로젝트)는 지난 5월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약 170만 회분을 제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백신 부작용 등을 우려해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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