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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尹에 전격 회동제안 배경엔…'친윤계 세과시' 견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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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왼쪽) 전 감사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경록 기자, 연합뉴스

최재형(왼쪽) 전 감사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경록 기자,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8일 당 밖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회동을 제안했다. 자신과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당내 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 있어 당사자끼리 만나 논의하자는 뜻인데, 윤 전 총장 측에선 불쾌해하는 기류도 있다.

최 전 감사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에게 공개 회동을 제의한다”며 언론에 제안문을 발표했다. 최 전 원장은 먼저 “저는 윤 전 총장을 정권교체의 도정에서 함께 해야 할 동지로 인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러모로 당 안팎이 어수선하다. 언론에서는 계파 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지난 시절 계파 갈등의 폐해를 누구보다 심각히 경험했던 국민의힘의 당원이나 지지자 분들 입장에서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원장은 “저는 윤석열 전 총장과 만나 현재의 시국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고, 당원과 국민을 안심시켜 드리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의 회동 제안은 최근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 내 ‘친(親)윤석열계’ 의원들은 지난 26일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40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원외 인사 4명이 당 밖의 윤 전 총장 캠프 참여를 결정하기도 했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마련된 국민의힘 대권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왼쪽 두번째) 등 실무진들이 사무실 집기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마련된 국민의힘 대권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왼쪽 두번째) 등 실무진들이 사무실 집기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를 ‘친윤’ 대 ‘반윤’ 세(勢) 대결로 보는 시각이 있다. 특히 지난 15일 전격 입당해 국민의힘 내에서 선거 준비를 하고 있는 최 전 원장 측이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최재형 캠프’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입당 촉구 의원 40명 중 일부는 우리 지지 의원도 있다. ‘세 과시’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최 전 원장 측 인사 한 명은 당내 인사를 영입한 윤 전 총장을 향해 “비겁하다”고 날선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캠프 참모진과 지지 의원들은 최 전 원장에게 “최 전 원장이 직접 윤 전 총장을 만나 계파 논란을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당내 계파가 부각되면 정권교체에 부정적이라는 이유였다. 최 전 원장 스스로도 참모진들에게 “계파 정치는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캠프 관계자가 전했다. 최 전 원장이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 전 원장은 하지만 윤 전 총장과 회동 제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최 전 원장은 전날 밤까지 김영우 캠프상황실장과 논의를 했는데, “윤 전 총장은 정권 교체를 위해 원팀으로 일할 분이다. 회동 제안이 자칫 외부에 갈등으로 비쳐지지 않겠냐”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참모진 설득에 최 전 원장은 이날 아침 전격적으로 회동 제안을 결정했다. 언론에 먼저 회동 제안이 나올 경우 윤 전 총장 측이 불쾌할 것을 우려해 김 실장은 발표 40분 전쯤 윤 전 총장 측 인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먼저 알렸다고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6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 영결식에서 안내 책자를 보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6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 영결식에서 안내 책자를 보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윤 전 총장 측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 김병민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든든하게 협력할 수 있는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시기에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최 전 원장의 제안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아직 입당도 안 했는데 계파 정치를 언급하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다. 누구를 지지한다고 계파 정치라고는 할 수 없지 않냐”며 “입당하면 최 전 원장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만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선 최 전 원장의 회동 제안을 ‘윤석열 대 최재형’이라는 야권 2강 구도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윤 전 총장이 입당 전에 국민의힘 내에서 세를 확산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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