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산책길 만든 '오즈의 마법사'…"매일 와도 새롭게"

중앙일보

입력 2021.07.28 16:46

업데이트 2021.07.28 17:26

백화점을 디자인하는 사람들…

새로 문을 열거나 리뉴얼하는 백화점의 내외부 공간 디자인은 물론 실내 마감, 공사 일정을 총괄한다. 백화점 외관과 내부 매장을 어떤 형태로 할지, 벽면 색깔은 무슨 색을 쓸지, 바닥은 어떤 재질을 깔지 등을 설계한다. 롯데백화점에서 20여년간 이 일을 해 온 박지영(47) 공간디자인팀장은 지난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팀장은 최근 다음 달 개장하는 동탄점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인터뷰] 롯데百 동탄점 디자인한 박지영 팀장

박지영 롯데백화점 공간디자인팀 팀장. [사진 롯데쇼핑]

박지영 롯데백화점 공간디자인팀 팀장. [사진 롯데쇼핑]

백화점 실내외 꾸미는 공간디자인팀    

박 팀장은 디자인, 건축, 인테리어, 미디어, 아트디렉팅 등 전문가 38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있다. 동탄점처럼 새로 점포를 여는 경우 공간디자인팀은 먼저 해당 점포 부지 분석 작업에 들어간다. 새 점포가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과 주 고객층은 누가 될지, 어떤 상품의 수요가 높을지, 근처 자연환경은 어떻게 조성돼 있는지 등을 살핀다. 이에 따라 점포 전체의 컨셉과 방향성, 층별 컨셉을 설정하고, 어울리는 외부의 디자인업체를 섭외한다. 이후 외부 업체와 설정한 컨셉과 방향을 제시하며 협의와 조율을 거친다. 디자인을 끝낸 후에는 디자인에 맞춰 시공이 진행되는지 공사 현장을 점검한다.

롯데백화점 경기 동탄점 이미지.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경기 동탄점 이미지. [사진 롯데쇼핑]

동탄점(연면적 24만5986㎡)은 지난해 공간디자인팀이 본격적으로 꾸려진 이후 처음 맡는 대형 프로젝트다. 11명이 상시 투입돼 있고 파견자까지 포함하면 팀의 절반가량이 동탄점 프로젝트에 매달려왔다. 동탄점 공간 디자인 컨셉은 ‘마법에 걸린 정원(enchanted courtyard)’과 ‘바이오 필리아’(자연에 대한 사랑)’로 잡았다. 박 팀장은 “(동탄점) 주변은 공원이 많다. 자연에 둘러싸인 환경”이라며 “자연이 투영되는 건축물과 매일 걸어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산책길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동탄점은 '마법에 걸린 정원' 

컨셉에 맞춰 동탄점은 상품 진열 공간을 최대한 비우고 자연과 예술품으로 채웠다. 대표적인 게 3층에 마련된 3300㎡(1000평) 규모의 테라스다. 3층 전체 면적의 약 30%를 정원으로만 채운 셈이다. 테라스 출입구 문은 접을 수 있는 형태로, 매장 안으로 자연풍이 들어오게 설계했다. 해당 층 매장에는 각종 식물과 이른바 ‘거꾸로 심은 나무’ 같은 예술품을 곳곳에 설치해 볼거리를 만들었다. 또 해외 명품 매장이 들어오는 1층에도 물을 형상화한 예술품들을 배치하고, 6층 가구 매장 한가운데엔 백승호 작가의 작품을 설치해 갤러리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3층 테라스 이미지.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동탄점 3층 테라스 이미지.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동탄점 3층 매장 이미지. 이른바 '거꾸로 심은 나무'가 천장에 설치돼 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동탄점 3층 매장 이미지. 이른바 '거꾸로 심은 나무'가 천장에 설치돼 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동탄점 1층 매장 이미지. 물을 형상화한 작품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동탄점 1층 매장 이미지. 물을 형상화한 작품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 롯데쇼핑]

천장을 유리로 만들고, 1층부터 6층까지 건물 전체를 통으로 뚫어 자연 채광이 가능하게 하는 ‘보이드’ 건축 기법도 도입했다. 6층 가구 일부 매장도 한 면을 통 유리창으로 설계하는 등 창문과 바깥 풍경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난 2월 문을 연 더현대 서울에 이어 ‘손님들이 시간을 알 수 없게 해야 한다’는 백화점 디자인 불문율을 깬 거다.

도심 산책로처럼 햇볕 들고 통로 넓혀  

박 팀장은 “소비자들을 가두기보다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며 “(보이드에서) 층별로 튀어나온 공간엔 나무를 심어 마치 ‘나무 타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또 보이드 아래에는 미디어파사드(건물 벽에 설치한 LED 조명)를 설치해 내려다보면 물이 떨어지는 모습 등을 화면으로 볼 수 있게 설계했다”고 했다. 걷기 편하도록 매장 통로 가로 폭도 평균 4m, 최대 13m로 기존 점포 평균(2.7m)보다 늘렸다. 층고도 14m가량으로 약 30% 높아졌다.

이 같은 ‘비움’과 ‘자연’ 트렌드는 공간디자인팀이 디자인을 맡은 다른 점포에도 반영됐다. 지난달 부산 기장군에 개장한 롯데백화점 리빙 전문관 ‘메종 동부산’ 역시 전 층을 뚫는 보이드 기법을 도입했고, 보이드 1층은 판매 공간을 아예 없애고 식물과 책상, 의자 등을 배치해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롯데몰 여수점 2~3층 역시 기존 상품 판매 공간을 북카페와 베이커리로 바꾸고, 창을 내 손님들이 앉아서 바다를 볼 수 있게 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보이드 이미지.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동탄점 보이드 이미지. [사진 롯데쇼핑]

지난달 부산 기장군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 리빙 전문관 '메종 동부산' 보이드 1층 전경. [사진 롯데쇼핑]

지난달 부산 기장군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 리빙 전문관 '메종 동부산' 보이드 1층 전경. [사진 롯데쇼핑]

동탄점은 내달 20일 오픈을 앞두고 있다. 박 팀장은 “동탄점에는 공간디자인팀 팀원 수십명이 수백일간 쏟은 땀이 녹아있다”며 “머무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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