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번째 부동산 대책은 '상투론' …전문가 "대책 없다는 방증"

중앙일보

입력 2021.07.28 16:17

업데이트 2021.07.28 16:38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 예측보다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겠다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28일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홍남기 "집값 조정 예상보다 클 수도"

28일 부동산 관련 정부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또다시 ‘집값 조정론’을 꺼냈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떨어질 수 있으니 “추격 매수는 자제하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당시 큰 폭의 집값 하락 사례까지 언급했다. 현 정부 들어 27번째로 나온 부동산 관련 발표의 핵심이 '상투론' 경고인 것이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특별한 대책없이 담화에 나선 건 그만큼 시장 상황과 여론 흐름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9%, 수도권은 0.36% 올랐다. 서울은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수도권은 9년 만에 최고치다. 최근 물가 상승에 집값 불안까지 겹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올 수 있다는 판단에 서둘러 ‘구두 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가격·유동성 축소에 조정”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 집값 조정론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떨어질 수밖에 없을 만큼 이미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아파트 실질가격,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의 수준과 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말 예상하는 금리 인상 등 유동성 축소도 집값 조정 근거로 제시했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가계부채관리를 강화할 계획인 가운데, 연말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하게 되면 집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 “외부 충격 없인 조정 어려워”

경기도 파주와 고양시의 아파트단지. 중앙포토

경기도 파주와 고양시의 아파트단지. 중앙포토

전문가도 과도한 가격 상승 피로감에 집값이 “다소 쉬어갈 수는 있다”고 본다. 다만 정부가 말한 본격적인 ‘집값 조정론’은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유동성 축소가 제한적이란 주장이다. 기준 금리를 올려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미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로 부채비율을 관리해 오고 있어 이자 부담 증가도 생각보단 많지 않다는 얘기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크게 올리긴 힘들 것이라 심각한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일부 '영끌족'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한 템포 늦은 정부 공급 대책이 집값 상승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공급 부족은 없다”고 했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약 2만8800가구로 2019년(4만4658가구)·2020년(4만8719가구)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외부 경제 충격 없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것은 과거 200만호 주택 공급 같은 대규모 공급이 있었을 때 뿐”이라며 “정부 공급 계획 대부분이 2023년 이후에 잡혀 있고 이마저도 불확실해 당분간 큰 조정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집값 조정’ 엄포…“대책 없다는 방증”

정부가 추가대책 없이 ‘집값 조정’을 내세워 읍소 전략을 펼친 것은 그만큼 앞으로 쓸 카드가 없다는 방증이란 지적도 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시장 심리만이라도 누그러뜨려보려 내놓은 미봉책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브리핑이 “특별히 청와대 등의 지시가 있어서 한 것은 아니고 홍 부총리가 자체 판단으로 한 것”이라며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 주변 참모들은 만류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다만 기재부는 “홍 부총리가 예전에도 정부 정책 진행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예고했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값 하락’을 앞장서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너무 올라도 안되지만, 떨어지는 것도 경제에 부담“이라며 “아무리 부동산 문제가 급해도 경제 수장이 직접 집값 하락을 언급하는 게 과연 옳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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