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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오라" 관광객 급한 英…"영국 못 간다" 방역 급한 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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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14일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14일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일상으로 복귀한 영국이 국경 문턱도 낮출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과 유럽연합(EU) 관광객을 이르면 다음 주 초부터 검역 없이 맞이하는 방안을 28일 승인할 전망이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장관급 회의에서 “백신을 두 차례 맞으면 검역 없이 입국해도 안전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영국, 미국·EU 백신 접종자 검역 면제 추진 #미국 감염자 급증하며 빗장 강화 #WP "바이든 정치적 의제 위협"

반면 미국은 영국 등으로의 여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26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은 델타 변이 확산을 고려해 현시점에서 기존의 여행 제한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을 맞았어도 영국과 EU, 중국 등 여러 국가의 방문을 계속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영국에 대해서 사키 대변인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감염이 급증한 영국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CDC는 지난 19일 영국 여행 경보 등급을 가장 높은 수준인 4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사실상 여행을 금지한 것이다. 영국에서 미국으로의 입국도 제한된다.

미국 “여행 금지” 발표했는데, 영국 엇박자 왜?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브릿지의 모습. [AF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브릿지의 모습. [AFP=연합뉴스]

영국 장관들은 “미국 관광객을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미국과 영국 사이의 여행을 완전히 재개하도록 가속할 수 있는 ‘친선의 메시지’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또 EU도 미국을 향해 이미 문을 열어둔 만큼 미국의 방침과 상관없는 일방통행식 ‘관광 러브콜’을 따라도 괜찮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고 한다.

FT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고 전했다.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수낙 장관은 런던이 파리와 로마보다 관광 경쟁력이 밀릴까 우려한다고 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도 휴가철을 맞아 EU가 관광업에서 영국을 앞설까 걱정하는 말을 최근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런던 히스로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은 전염병 이전 수준 대비 20~25%지만, EU 국가들의 공항 이용 승객 수는 50%까지 회복됐다고 26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장관들은 이번 관광 재개 안이 무난히 승인 절차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확진자 급격히 늘어…WP “바이든 정치적 위기”

미국 미시시피주(州) 잭슨 소재 잭슨주립대에서 대학 병원 간호사가 14세 청소년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미시시피주(州) 잭슨 소재 잭슨주립대에서 대학 병원 간호사가 14세 청소년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AP=연합뉴스]

영국과 미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산한 델타 변이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영국은 델타 확진자 수가 일주일 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20일 영국의 확진자 수는 4만6000여명이었는데 매일 감소해 26일 2만4000여명까지 줄었다. 반면 미국은 확진자 수 그래프의 모양은 가파른 ‘우상향’이다. 이달 초 1만6000여명 수준이던 신규 감염자 수는 26일 8만9000여명까지 올랐다. 백신 접종률이 둔화하면서 미 접종자를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재확산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 확산 저지에 성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행정부의 정치적 의제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여론조사 담당관이었던 코넬 벤처는 “미국인 수십만이 감염되면 어떤 대통령에게도 문제가 된다”며 “(방역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와 컬럼비아대 등이 만든 ‘코로나19 시나리오 모델링 허브’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정점은 ‘최악의 경우’ 10월에 하루 24만명이 감염되고 3000명이 숨질 때로 추산된다.

메르켈 압박에 ‘빗장’ 강화로 대답한 바이든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만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만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이달 4일을 기점으로 ‘코로나 독립 선언’을 선포했다. 지난 5월부터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권고한 만큼 ‘노 마스크’ 행사였다. 하지만 델타 바이러스가 무섭게 확산하면서 27일 지침을 번복했다. 백신 접종자도 실내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여름 휴가철 대서양 노선을 확대하려던 항공업계는 각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당초 계획대로 여름 휴가철 여행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주 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EU 여행 제한을 해제할 의향이 있는지 바이든 대통령에게 물었고 대답은 “수일 내 답변하겠다”였다. 그 후 나온 대답은 영국, EU 등 여행금지 조치 연장이었다고 FT는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방역 강화에 미국 관광객을 기다리던 유럽 지역과 여행 업계는 희망이 무너졌다고 FT는 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미국의 영국 여행 금지령 연장은 (영국에)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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