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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일부다처제’ 얼룩말 줄무늬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더, 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36)

말과 말속의 8종 중 하나인 줄무늬 얼룩말은 그레비얼룩말, 평원얼룩말, 산얼룩말 3개종이 있다. [사진 pxhere]

말과 말속의 8종 중 하나인 줄무늬 얼룩말은 그레비얼룩말, 평원얼룩말, 산얼룩말 3개종이 있다. [사진 pxhere]

얼룩말은 피모가 검은색과 흰색의 줄무늬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특징이다. 얼룩무늬가 아닌 줄무늬이기에 ‘줄무늬말’로 표기해야 맞을 법도 하다.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의 사바나, 초원, 수풀과 나무가 있는 지역, 산악지역 등 다양한 서식지를 가진다. 말과(馬科) 말속(馬屬)의 8종 중 줄무늬의 얼룩말은 그레비얼룩말(Grevy’s zebra), 평원얼룩말(Plains zebra), 산얼룩말(Mountain zebra) 등 3개종이 있다.

그레비얼룩말은 아프리카 동부의 케냐·에티오피아·소말리아의 초원과 수풀지역에 서식한다. 얼룩말 중에서 가장 몸집이 커 몸길이 250~300㎝, 어깨높이 125~160㎝, 체중은 350~450㎏에 이른다. 줄무늬가 가장 가늘고 엉덩이 부분의 꼬리에는 줄무늬가 없으며 목이 두텁고 복부는 흰색이다. 지속적인 사회적 무리를 형성하지 않고 짝짓기 시기나 새끼 양육 중에 일시적으로 5~6마리가 무리를 이룬다.

평원얼룩말은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사바나, 초원, 개방된 삼림지역을 좋아한다. 체구는 가장 작아 몸길이 215~245㎝, 어깨높이 110~145㎝, 체중은 175~385㎏이다. 줄무늬가 가장 굵으며 복부까지 이어진다. 사회성이 강해 수컷 한 마리에 암컷 5~6마리와 새끼로 구성된 가족이 무리생활을 지속적으로 한다. 이들과 같은 무리가 모여 수백 수천 마리의 큰 집단을 이루기도 한다.

산얼룩말은 앙골라 나미비아의 남서부와 남아공에 분포하고 다양한 종류의 풀이 많은 산악지형의 경사면, 초원, 삼림지역을 선호한다. 체구는 얼룩말 중에서 중간 정도로 몸길이 210~260㎝, 어깨높이 115~145㎝, 체중은 205~430㎏이다. 줄무늬의 굵기는 중간이고 목에 큰 주름이 있으며 복부는 흰색이다. 수컷 한 마리와 암컷 1~5마리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가족 단위를 이룬다.

얼룩말에 대한 궁금증은 검은색과 흰색이 번갈아 이어지는 줄무늬에 집중된다. 생물학자들은 1800년대부터 줄무늬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고 과학적으로 실험을 하기도 했다.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얼룩말에 대한 궁금증은 검은색과 흰색이 번갈아 이어지는 줄무늬에 집중된다.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몸의 은폐 기능, 사회적 기능 등 몇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사진 pxfuel]

얼룩말에 대한 궁금증은 검은색과 흰색이 번갈아 이어지는 줄무늬에 집중된다.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몸의 은폐 기능, 사회적 기능 등 몇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사진 pxfuel]


첫 번째는 몸을 은폐하는 기능이 있다는 가설이다. 줄무늬가 환경과 어우러지거나 몸통의 윤곽을 흐리게 해 포식자가 하나의 개체로 인식할 수 없게 한다. 사자나 하이에나가 활동하는 야간에는 위장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다윈은 “눈에 확 띄는 줄무늬는 아프리카 평원에서 보호막이 될 수 없다”라 주장했다. 실제로 줄무늬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동물의 피부색보다 탐지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의 육식동물은 후각과 청각을 이용해 사냥하기 때문에 줄무늬는 위장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줄무늬가 주변의 환경과 상관관계가 없다’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은폐기능의 가설을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다음으로 포식자를 혼동하게 한다는 가설이다. 포식자가 추적하는 동안 줄무늬의 움직임이 포식자를 눈 부시게 하거나 착시효과를 일으켜 무리와 개체를 혼동케 하고 윤곽을 흐리게 하며 크기나 속도, 궤적을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줄무늬는 무리의 크기를 작게 보이게 하여 포식자에게 사냥 욕구를 자극한다고 한다. 또한 포식자가 공격할 때 무리는 흩어지기 때문에 줄무늬가 개개의 윤곽을 가리지는 못한다고 본다. 그래서 줄무늬가 포식자를 혼동시킨다는 가설에는 여전히 의문을 남긴다.

사회적 기능의 가설도 제시한다. 줄무늬가 동종 간과 개체 간 인식을 돕고 사회적 유대 강화와 상호 스킨십을 촉진하며 건강상태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동료를 인지하는데 줄무늬가 도움을 준다는 것에는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으나 시각으로 인지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사회적 행동과 건강상태는 줄무늬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대세다.

체온조절 기능이 있다는 가설이다. 줄무늬의 검은 털은 열을 흡수하고 흰털은 반사하기 때문에 흰털보다 검은 털 위의 공기 흐름이 빠르다. 줄무늬 사이의 교차점에서 공기의 소용돌이가 발생해 배출된 땀을 증발시키고 찬 공기는 체표로 내려간다. 검은 털은 세워 열 발산을 촉진한다. 줄무늬 간 온도 차이가 없는 밤이나 이른 아침에는 세워진 검은 털이 열 손실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의 연구결과이기는 하나, 말은 더울 때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줄무늬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는 이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파리로부터 방어한다는 가설이다. 말과 얼룩말을 대상으로 말파리의 접근성을 관찰한 결과, 주변을 날아다닐 때는 비슷한 속도를 냈지만 몸에 근접할 때는 얼룩말에 다가오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또한 말파리가 달라붙는 횟수가 얼룩말에 적었다 한다. 이는 말파리를 멀리서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근접하면서 보이지 않던 줄무늬가 갑자기 나타나 놀란 것으로 보인다. 이 가설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번식은 연중 가능하고 370~390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30~40㎏의 새끼 한 마리를 낳는다. 생후 바로 일어서고 한 시간 안에 뛰어다닐 수 있다. 1~2주 후부터 풀을 먹기 시작하나 6~11개월이 지나야 완전히 젖을 뗀다. 번식에 참여하는 것은 암컷은 3년, 수컷은 5~6년이다. 수명은 야생에서 9~15년이고 동물원에서 기록은 25~40년이다. 천적은 사자와 하이에나다. 이들에게 쫓기면 도망을 가는 것이 일상이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뒷발로 차며 방어를 한다. 뒷발에 제대로 걷어차이면 천하의 사자도 심한 부상을 당할 수 밖에 없다.

얼룩말은 서식지 감소와 함께 고기와 모피를 얻을 목적의 포획으로 개체수가 감소했지만 최근 국제적인 보호 노력으로 그 수가 안정되고 있다. 그레비얼룩말은 멸종위기종으로 야생에 2000마리 정도 서식하고 산얼룩말은 멸종위기에 취약한 종으로 야생에 약 2700마리가 있다. 평원얼룩말은 멸종위기에 근접한 종이나 야생에 50만 마리가 있어 가장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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