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동반 탈출 실화…200억 액션대작 ‘모가디슈’ 김윤석 "기적 같았죠"

중앙일보

입력 2021.07.28 12:02

28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가 모티브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28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가 모티브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천만영화 ‘베테랑’ 류승완 감독의 총제작비 200억 원대 블록버스터 ‘모가디슈’가 28일 예매율 1위(36.6%,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오전 9시 집계)로 개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극장에서 개봉하는 첫 200억 원대 한국영화다.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손꼽히는 남북대사 동반 탈출 실화를 토대로 류 감독이 각본을 썼다. 김윤석‧조인성‧허준호가 주연을 맡아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됐던 남북한 대사관 공관원과 그 가족들이 이념을 넘어 한 데 뭉친 생존기를, 한국영화 최초 아프리카 모로코 올로케이션으로 담아냈다. 내전이 계속돼 현재도 여행금지국가인 소말리아에는 갈 수 없어 ‘블랙 호크 다운’ 등 할리우드 영화를 촬영한 모로코를 택했다.

28일 개봉 류승완 신작 '모가디슈'
코로나 극장가 첫 200억대 한국대작
91년 소말리아 남북한 대사 탈출 실화

‘베를린’‘백두산’ 잇는 남북한 액션 대작

제작은 류 감독과 아내 강혜정 대표의 제작사 외유내강,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스튜디오가 함께했다. 류 감독은 독일 무대의 남북한 첩보영화 ‘베를린’을 유럽 현지 로케이션 촬영해 716만 흥행을 거뒀고, 덱스터스튜디오는 가상의 한반도 화산폭발 재난 속에 남북한 주인공이 공조하는 액션 블록버스터 ‘백두산’으로 지난해 초 825만 관객을 동원, 역대 남북한 소재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공개된 영화는 전반적으로 이런 기대감을 충족했다는 평가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남북한 소재 블록버스터에 이어져 온 인류애적 주제와 아프리카 내전의 포화 속에 실감 나게 펼친 자동차 추격 액션, 절제된 드라마 등에 호평이 많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소재를 잘 발굴했고 철저한 자료조사도 돋보였다”면서 “한국영화에서 남북 화합을 그릴 때 의도적으로 신파를 가져가는데 이 영화는 절제를 통해 주제가 더 잘 강조됐다”고 했다.

각각 26‧27일 화상 인터뷰에 나선 주연 김윤석(53)‧조인성(40)은 “모로코에서 한 식구처럼 지내며 촬영했다”라고 전했다. 영화에서 김윤석은 반목하는 직원들을 달래며 한국 유엔(UN) 가입을 위해 발로 뛰던 주소말리아 한신성 대사를, 조인성은 행동파인 안기부 출신 정보요원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했다.

김윤석 "처음엔 실화인 줄 몰랐죠" 

 영화 '모가디슈' 주연 배우 김윤석을 26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주연 배우 김윤석을 26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처음엔 실화인 줄도 몰랐다”는 김윤석은 “‘바이러스’란 영화를 크랭크업 하자마자 이틀 뒤 모로코에 가서 4개월간 촬영하며 시나리오와 류 감독 디렉션에 충실했다”면서 “시사 때 처음 영화를 봤는데 생각 이상의 영상이 나왔고 특히 사운드가 입체적이었다. 보고 난 뒤 마음이 울렁거려 배우들끼리 말을 못 했다. 4개월 동안 저기서 내가 촬영한 건지, 살았던 건지 분간이 안 갈 만큼 생생했다”고 돌이켰다. 조인성은 “1981년생이어서 어렴풋이 기억나고 또 뉴스로 봐온 시대의 느낌을 표현해내기는 어렵지 않았다”면서 “탈출이란 게 엄숙하고 무겁기 때문에 캐릭터로서 지나치게 가볍지 않은 유머도 놓치지 않으려고, 다른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케미’에 집중했다”고 했다.
아프리카 외교에 20년 앞선 북한 대사관과 팽팽히 겨루던 한 대사 등은 독재정권에 맞선 시위가 내전으로 번지며 통신·전기마저 끊긴 대사관에 고립된다. 현지 무장 경찰에게 돈을 주고 간신히 보호받던 남한 대사관으로 어느 밤 북한 림용수 대사(허준호) 일행이 찾아온다.
어린아이까지 대사관 식솔을 이끌고 “갈 곳이 없다”며 도움을 청하는 북한 대사와 “우린 오로지 여기 내전에서 생존해 빠져나가자고 모인 것”이라는 남한 대사. 이들이 죽을 고비 끝에 차량 네 대에 나눠 타고 피란민 수송기를 타러 질주하는 여정은 남북 외교사의 실화란 게 놀라울 만큼 드라마틱하다.

조인성 "클로즈업 많이 이용해 인물에 집중" 

 영화 '모가디슈'에서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한국 대사관으로 파견된 안기부 출신 정보요원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한 배우 조인성을 2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에서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한국 대사관으로 파견된 안기부 출신 정보요원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한 배우 조인성을 2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윤석은 이 영화의 상징적 장면으로 마지막 카체이싱 직전 장면을 꼽았다. 이념을 넘어 생존이란 주제가 부각된 순간이다. “방탄 효과를 위해 차에 모래주머니‧책을 붙이고, 서로 떨어져 부상당할 때를 대비해 아이들 팔목에도 혈액형을 (매직으로) 적고 차에 타며 한 대사가 한마디 하죠. ‘다들 무사히 만납시다’. 이 이상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생각했죠.”

공포에 시달린 날 남북한 사람들이 처음 함께 식사하며 깻잎 반찬을 잡아주는 등 디테일한 감정의 교류도 담백하게 담아냈다. 조인성은 “상황만 있고 인물이 비춰지지 않으면 이야기가 힘을 잃게 된다. 그래서 클로즈업을 많이 이용하자고 류 감독님과 이야기했다”면서 “인물에 포커싱하면서도 감정이 과잉되지 않게 균형을 맞춰 나갔다”고 했다.

카체이싱 장면에선 1980~90년대 차량을 유럽 각지에서 공수해와 촬영 현장에 상주하는 정비사가 응급처치하며 촬영했다. 현장 스태프와 배우의 국적‧언어도 달라 세 번의 통역을 거쳐 대화한 적도 있었다. 한국어‧아랍어‧영어‧ 불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까지 6개 국어가 난무했단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남한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러 온 모습이다.[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에서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남한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러 온 모습이다.[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읽는 순간 무모한 도전이다, 했다”는 김윤석은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작은 도시 전체를 세팅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숙소 반경 5㎞ 내 모든 부분을 미술팀이 (소말리아로) 세팅해 촬영했다. 현지 배우 캐스팅을 몇 개월에 걸쳐 아프리카‧유럽 등지 화상 오디션으로 했다. 그 수백명이 촬영장소인 모로코에 모였을 땐 기적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차량에 대해선 “낡아서 시동이 꺼지는 경우도 많았다. 격렬한 카체이싱 탓에 망가지면 대체하기 위해 같은 차를 두세 대 두고 어떨 땐 차 지붕을 날렸다가 다시 뚜껑을 덮고 용접해서 촬영했다”면서 “위험한 장면은 스턴트가 도와주고 얼굴 보이는 장면은 저희가 직접 운전했는데 완성된 장면이 몸이 움찔움찔하게 나왔더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당시 보도 '"떼죽음 말자" 손잡은 남과 북' 

 영화 '모가디슈'.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내전 당시 남한 대사관에 고립된 직원들과 가족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내전 당시 남한 대사관에 고립된 직원들과 가족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당시 상황은 중앙일보 1991년 1월 24일자에 ‘“떼죽음 말자” 손잡은 남과 북…강신성 대사가 밝힌 소말리아 탈출기’란 제목의 기사로도 나왔다. 극 후반부 이탈리아 대사관 안에서 장례를 치른 장면도 실화다. 이 영화를 먼저 기획‧개발하고 있던 덱스터스튜디오 제안으로 연출을 맡은 류 감독은 지난 22일 시사 후 간담회에서 “내전으로 고립된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공포‧공포‧절박함‧절실함을 얼마나 긴장감 있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신경 썼다”면서 “그리 먼 과거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사실 재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면서 이 위험한 장면들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했다. 제작진은 미 해군 기록부터 국내 외교 협회 기사,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소말리아 대학생, 당시 소말리아 국영 TV 사장의 내전 회고록 등을 통해 자료를 조사하고 태상호 군사전문기자의 자문을 받아 1991년 당시 내전에 사용한 총기까지 파악하며 현지 재현에 힘썼다.

코로나 팬데믹 속 대작 개봉…영화계 힘 합쳐  

'모가디슈'는 모로코에서도 주로 항구도시 에사우이라에서 촬영했지만 소말리아 대통령궁은 카사블랑카 ,  나이로비 공항 장면은 수도 라바트에서 찍었다고 김윤석은 귀띔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는 모로코에서도 주로 항구도시 에사우이라에서 촬영했지만 소말리아 대통령궁은 카사블랑카 , 나이로비 공항 장면은 수도 라바트에서 찍었다고 김윤석은 귀띔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는 지난해 여름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1년간 개봉을 미뤘다. 촬영을 4~5회차 남겼을 무렵 팬데믹이 시작돼 공항이 폐쇄되기 전 다행히 귀국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결산에서 한국영화 점유율 급락의 원인으로 “코로나19 3차 유행 이후 소위 ‘빅4’로 불리는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주요 작품의 올해 상반기 개봉을 연기하면서 한국 대작 영화 공백이 컸다”고 짚은 바다. ‘모가디슈’ 개봉도 이런 대작 부재와 관객 급감의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는 영화계 자구책에서 성사됐다. 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 등 한국상영관협회와 한국IPTV방송협회(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홈초이스(케이블TV VOD)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중재 아래 ‘모가디슈’에 더해 다음 달 11일 개봉할 100억대 대작 ‘싱크홀’이 제작비 50%를 회수할 때까지 영화 티켓 매출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배급사의 흥행 리스크를 나눠 부담해 신작 개봉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된 가운데 영화관에선 한 번도 감염 확산 사례가 나오지 않은 터. ‘모가디슈’는 한국영화론 지난해 ‘반도’에 이어 두 번째로 아이맥스 버전도 개봉한다. 류 감독은 아이맥스와 돌비 애트모스 버전을 추천했다. 김윤석은 “‘모가디슈’는 극장에서 최적화된 영화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운드와 영상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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