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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기존 합의 토대로”…김정은 관심사 '철도 연결' 추진 가시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남북이 주요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면서 그간 멈춰 있던 남북 간 경제협력 사업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관건은 미국과의 제재 면제 협의다.

판문점 선언 "동해선 경의선 연결" 포함 #군사합의는 "대규모 훈련, 남북이 협의" #남북 경협 수순?…美와 '제재 협의' 관건 #美 "남북 대화, 관여 지지" 14시간만 입장 #경협 의미 '남북 협력'은 지지대상서 빠져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존에 남북 간에 합의했던, 그런 합의의 토대 위에서 출발하기를 저희도 바라지 않겠느냐”며 “여러 제안들을 가지고 앞으로 희망적으로 논의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2018년 9ㆍ19 군사합의에서 약속한 전사자 유해 공동발굴작업 등이 재개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남북군사당국 간 통신선이 복구된 27일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 통신을 하고 있다. 뉴스1

남북군사당국 간 통신선이 복구된 27일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 통신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간 합의물은 2018년 4ㆍ27 판문점 선언, 같은 해 9ㆍ19 평양 공동선언 및 군사합의 등이 있다. 특히 판문점 선언에는 “(2007년)10ㆍ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8년 12월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도 진행했다. 실질적 준비가 돼서가 아니라, 남북 정상이 ‘연내 착공식’에 합의했기 때문에 서두른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 까지 친교산책을 한 뒤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 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 까지 친교산책을 한 뒤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 포토

여기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철도 개발에 유독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 위원장은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했던 북측 인사들이 복귀한 뒤 한국의 KTX에 대해 상세히 물었다고 한다. 철도ㆍ도로 연결이 남북 간 경협 논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판문점 선언에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는 종전선언 관련 내용도 담겨 있다. 북한이 냉랭하기 그지없던 지난해 9월 유엔 연설에서 다시 제안했을 정도로 문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강한 애착을 보이는 부분이다.

9ㆍ19 군사합의는 한ㆍ미 연합훈련과 연결된다. 1조 1항에 “쌍방은 대규모 군사훈련 등에 대해 남북 군사공동위를 가동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ㆍ미 연합훈련에 대해 “필요하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남북 간 통신선이 다시 열렸으니, 실제로 현실화할 수 있는 구상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관건은 미국과의 협의다. 미 국무부는 27일 오후 2시(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는 28일 오전 3시) 정례브리핑에서 잘리나 포터 수석부대변인이 기자들과 문답하는 식으로 통신선 복원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미국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를 지지한다. 오늘 발표를 환영하며, 이는 확실히 긍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다만 5월 21일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 뒤 도출한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돼 있다. 이 중 ‘협력’이 사실상 남북 간 경협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통신선 복원에 대한 국무부 입장에는 대화와 관여에 대한 지지만 있을 뿐 협력은 빠져 있다.

외교가에선 미국의 입장이 남북의 통신선 복원 발표(27일 오전 11시) 뒤 약 14시간이나 걸려 나온 점도 관심을 두는 분위기이다.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한ㆍ미 간에 사전 조율이 완벽하게 됐다면, 공식 입장 발표에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형식도 환영 성명 등 발표가 아니라 문의가 있으면 알려주는 식이었다.

지난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한편 남북 간에 본격적으로 경협 사안들이 논의되면 자연스럽게 한ㆍ미 간 제재 협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름은 없어졌지만, 기존에 한ㆍ미 워킹그룹이 수행하던 기능이 되살아날 전망이다. 실제 그간 한ㆍ미는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경협에 대비해 여러 건의 제재 면제를 이미 받아놨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아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반발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북한은 그간 워킹그룹에 대해 “친미 사대의 올가미” “상전의 강박”(지난해 6월 당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으로 표현하며 비난했고, 국내 여권에서도 워킹그룹의 제재 면제 협의가 남북관계 개선의 발목을 잡는다며 공공연히 문제 삼아왔다.

최근 남북관계 주요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남북관계 주요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이 통신선 복원에 합의한 게 결국 한국을 통해 미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한국을 상대로 남북관계를 볼모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은 6월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 당시 미국의 대화 제안을 ‘섣부른 기대’나 ‘무의미한 접촉’이라고 선을 그었다”며 “지금 북한이 남측에는 손을 내밀면서도 여전히 미국에는 무관심한 듯 대하는 건 결국 바이든 행정부로 하여금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게 하려는 무언의 압박이며, 한국의 입을 통해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통로로 남북 간 통신선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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