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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과 '41세 차' 탁구 대결 펼친 화교 선수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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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생 탁구 '신예' vs 1963년생 탁구계의 '활화석'

25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탁구 여자 개인 단식 경기. 한국 대표 신유빈 선수와 룩셈부르크 대표 니시아 리안(倪夏莲) 선수의 대결을 두고, 국내외 언론에서는 '할머니와 손녀의 대결'이라며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결과는 4 대 3. 초반에 밀리는 듯하던 신유빈 선수의 역전승으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신유빈 선수(좌), 니 시아 리안 선수(우) [사진출처=중앙포토, chinaplus]

신유빈 선수(좌), 니 시아 리안 선수(우) [사진출처=중앙포토, chinaplus]

이 경기는 경기 외적으로도 '관전 포인트'가 많았다. 그중 하나가 룩셈부르크 대표 니시아 리안 선수다. 장장 40년에 가까운 탁구 경력을 가진 노장, 그리고 '40살' 이상 어린 선수와의 대결.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나이와 화려한 이력이다. '최연장자' 타이틀도 얻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니 시아 리안은 도쿄올림픽 최연장 참가자이자 역대 올림픽 탁구 선수 가운데 최연장 출전자였다.

주목받은 것은 그의 '나이' 뿐만 아니었다. 동양인의 외모에 표준어와 상하이 방언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중국어 실력을 갖췄지만, 국적은 룩셈부르크인 점 역시 주목받았다. 사실 그는 원래 중국 탁구 국가대표팀 선수였으나, 1991년 룩셈부르크에 귀화한 상하이 출신 '화교'다.

[사진출처=중앙포토]

[사진출처=중앙포토]

"나는 중국의 딸이자, 룩셈부르크의 신부"

니 시아 리안은 지금의 신유빈 선수와 비슷한 나이 때인 1979년 중국 국가대표팀에 들어갔다. 그 후로 1983년 중국 대표로 세계 선수권 우승을 하는 등의 이력을 쌓아 나갔다. 하지만 1986년 은퇴할 때까지 마음속에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바로 '올림픽 출전 경험'이다.

그 이유는 올림픽에서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88올림픽' 때부터였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던 니 시아리엔은 현역으로 뛰던 후배 선수들을 응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진출처=바이두백과, olympics]

[사진출처=바이두백과, olympics]

그 후 니 시아리엔은 상하이교통대에서 학업을 이어가다 1989년 룩셈부르크로 출국한다. 그리고 탁구 코치이자 룩셈부르크인 남편인 토미다니엘슨(Tommy Danielsson)과 결혼하면서 룩셈부르크 국적을 획득하게 된다.

룩셈부르크에 지내면서 니 시아리엔은 수차례 올림픽 출전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중국 국가대표 출신이던 그가 다시 룩셈부르크 대표 자격으로 대회에 나가 중국 선수들과 맞붙게 되는 것이 꺼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는 지속적인 제의에도 불구 출전을 거부했다.

[사진출처=더우인캡처]

[사진출처=더우인캡처]

하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도 룩셈부르크 측의 지속적인 제의를 받자, 결국 그는 룩셈부르크 대표로 그간 꿈에 그리던 올림픽 경기장 무대 위에 서게 된다. 이때 여자 개인 단식 16강 안에 드는 성적을 올렸다. 이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 그리고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무려 다섯 번이나 올림픽에 참가할 정도로 많은 출전 경험을 쌓게 됐다.

니 시아 리안에게 콜라를 가져다주는 코치이자 남편 토미 다니엘슨(Tommy Danielsson) [사진출처=Chrison, 터우탸오 캡처]

니 시아 리안에게 콜라를 가져다주는 코치이자 남편 토미 다니엘슨(Tommy Danielsson) [사진출처=Chrison, 터우탸오 캡처]

 中 온라인 반응, "올림픽 정신 보여준 멋진 경기"

어쩌면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올림픽 출전에서 그가 마주친 상대는 이제 막 첫 올림픽 무대에 출전한 '신예', 신유빈 선수였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이번 신유빈 선수와의 경기를 본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큰 나이 차의 대결 아니었을까" "비록 패배했지만 58세의 나이로 어린 신예 선수를 몰아붙일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두 선수 모두 올림픽 정신을 잘 보여줬던 경기였다"

등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중국인의 입장에서 그를 격려하는 댓글과 더불어 멋진 경기를 펼친 신유빈 선수에 대한 칭찬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사진출처=터우탸오 댓글 캡처]

[사진출처=터우탸오 댓글 캡처]

한편 니 시아 리엔 역시 신유빈 선수와의 경기 후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상대 선수가 신유빈 선수라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신유빈 선수가 남자 선수들도 못 당해낼 만큼 실력 있는 선수라고 들은 적이 있어서 아마도 못 이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신유빈 선수와의 경기 후 소감을 밝히는 니 시아 리안. [사진출처=더우인 캡처]

신유빈 선수와의 경기 후 소감을 밝히는 니 시아 리안. [사진출처=더우인 캡처]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1세트 때 생각보다 (상대가) 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2세트 때 몇 번의 기회를 놓치게 됐고, 그 뒤로는 조금씩 벅차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4년 전에는 내가 이긴 적 있었는데"라며, "하지만 당시에 신유빈 선수는 어렸고, 나 역시 젊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신유빈 선수는 매우 훌륭한 선수이자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라며 인터뷰 도중에도 수차례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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