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더 모닝'] '공무원 나라'의 뻔한 결말, 왜 그 길을 따라갑니까?

중앙일보

입력 2021.07.28 08:30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공부문 확대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공무원 농담〉
ㆍ공무원 두 사람이 길에서 일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일정한 간격으로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들고, 다른 한 사람은 옆에 쌓인 흙으로 그 구덩이를 계속 메우고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이 왜 이런 하나 마나 한 일을 하는지 궁금해 그들에게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나무 심는 사람이 휴가 중이에요.” -프랑스 유머.
ㆍ민원인: "저기요, 사망신고하러 왔는데요."/공무원: "본인이세요?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며)/민원인: "꼭 본인이 와야 하나요?" -한국 유머.
ㆍ공무원이 하는 말 중 가장 웃기는 말은? “일하러 갑니다.” -독일 유머.

〈공무원 실화〉
ㆍ‘프랑스 공무원들도 주 35시간 근로제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 법정 근로시간만큼도 일하지 않는 공무원이 많다는 이유로 정부와 집권당이 밀어붙였는데 야당과 공무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는 지난 17일 밤 하원에서 진통 끝에 공무원 조직법 개정안을 표결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프랑스 공무원들이 법정 근로시간인 주 35시간도 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정부와 집권당이 이런 개정안을 밀어붙인 이유다’ -2019년 5월 19일, 연합뉴스.
ㆍ‘다음과 같은 이유로 최대 1300유로까지 그리스 공무원들에게 수당이 추가된다. 컴퓨터 사용, 외국어 사용, 정시 출근, 외부 활동. 부활절과 여름 휴가철에 월급 절반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성탄절에 한 달 치 월급을 보너스로 받는다.’ -2010년 4월 28일, 로이터 통신.

‘지난해 8월 그리스는 동부에서 난 대형 산불로 국가위기 상황에 처했다. 불길은 고대 유적이 밀집해 있는 수도 아테네까지 밀려왔지만 그리스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소방용 헬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프랑스ㆍ오스트리아 등 주변 11개국에서 헬기를 빌려줘 겨우 불길을 잡았다. 대형 산불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2007년 전국적 산불로 100명 이상의 그리스인이 숨졌는데도 2년 동안 대비가 없었다. 그리스는 소방 헬기 몇 대를 못 살 정도로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8650달러로 세계 40위다. 49위인 한국(2만1570달러)보다 낫다. (중략) 그렇다면 헬기 문제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스 민간 연구기관인 국제경제관계연구소(IIER)의 샤랄람보스 차르다니디스 소장은 “정부 예산 규모가 크지만 대부분이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ㆍ보조금으로 쓰여 재정적 여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리스는 공공부문이 전체 경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사회보장비용이 GDP의 18%에 해당한다.’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2010년 2월에 제가 아테네로 출장을 가서 쓴 기사의 한 대목입니다. 당시 그리스의 공공부문 고용 인원은 약 77만 명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는 30만 명 안팎이었습니다. 한 세대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 당시 그리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공공부문이 비대한 남유럽 국가들이 IMF와 유럽중앙은행의 구제 자금을 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프랑스도 휘청거렸습니다. 재정 문제로 이들 나라가 겪는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갑니다. 결과를 뻔히 보고서도 그럽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 인력이 10만 명 늘었습니다. 초저출산으로 이들에게 임금과 연금을 대줄 생산 인구는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를 파탄 내기로 작정한 듯합니다. 벌써 공공부문 임금 총액이 500대 기업 급여 총액을 넘어섰습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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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90조 vs 86조…공무원의 나라 됐다
 지난해 공공부문 전체 인건비가 국내 대표 500대 기업의 인건비 합을 추월할 정도로 늘어났다. 정부 공공 일자리 증가가 결국 미래 세대에 막대한 비용 청구서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27일 송언석(무소속) 의원이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한국상장사협의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공공부문 총 인건비는 89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은 전체 공무원 재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을 모두 포함했다.

반면에 지난해 500대 민간 기업 인건비 합은 85조9000억원으로 공공부문보다 3조6000억원이 적었다. 500대 기업은 5개 공기업을 빼고 비금융업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매출 상위 500개 기업을 기준으로 했다. 통상 500대 기업은 대기업과 최상위 중견기업을 포함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 동향 분석에 자주 쓰는 기준이다.

2016년 이후 공공부문이 500대 기업 인건비를 추월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6년에는 공공부문 인건비(71조4000억원)가 500대 기업(75조3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이 적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선 2017년 이후 차이가 점차 줄기 시작해 지난해 역전했다. 2016년 이전 자료는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공공부문 인건비는 25.4%(18조1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500대 기업 인건비 상승률(14.1%, 10조6000억원)의 약 2배 가까운 수치다.

인건비 부담 증가는 그만큼 사람을 많이 뽑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소방관·경찰관 등 안전·치안 담당 공무원 17만4000명과 사회복지 등 공공기관 인력 34만 명을 추가 채용하고, 공공부문 직고용 전환 등으로 30만 개 일자리를 추가한다는 계획이었다.

취준생 32%가 공무원 준비 … “정부, 민간 일자리 지원해야”

이런 계획에 따라 공공부문 인력은 가파르게 늘어났다. 송 의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년간 증가한 공공부문 인력만 22만605명으로 같은 기간 500대 기업 증가 인력 3만4886명의 약 6.3배에 달했다. 30대 민간그룹 인력 증가(4만8685명)와 비교해도 4.5배 많다.

 공공부문·500대 기업 인건비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공부문·500대 기업 인건비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공무원 증가 속도가 빠르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공무원 재직자(122만1322명)는 문재인 정부 기간만 11만3350명(10.2%) 늘었다. 노태우 정부(18만4410명) 이후 가장 많다. ‘큰 정부’를 지향하며 공무원 수를 대폭 늘린 것으로 평가받는 노무현 정부(9만936명, 9.8%)는 물론, 이명박 정부(4만2701명, 4.2%)와 박근혜 정부(4만3500명, 4.1%) 공무원 증가 수 합보다도 2만7149명 많다.

공공기관 임직원도 문재인 정부 동안에만 10만7255명(32.7%) 늘어, 역시 이명박 정부(1만4431명, 5.8%)와 박근혜 정부(6만4685명, 24.5%) 전체 증가 폭을 넘었다. 아직 임기가 1년 더 남았기 때문에 증가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정권별 공공부문 재직자 증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권별 공공부문 재직자 증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채용 쏠림도 심각하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하지 않고,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면서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부문에 입성하려는 청년이 늘어났다. 통계청은 지난 5월 청년층 취준생(85만900명) 가운데 10명 중 3명 이상이 공무원 준비생(32.4%)이라고 밝혔다. 전년보다 4.1%포인트 늘어났다.

한국개발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은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와 공공부문에 사람을 몇십만 명 늘린 것”이라며 “세계적인 첨단 정보·기술 전쟁에 뛰어들 젊은 인재를 공공 일자리에 몰아넣는 것은 인력 배분 왜곡을 가져오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문재인 정부 공약대로 공무원 17만4000명을 9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면 30년간 327조7847억원(공무원연금 부담액 제외)의 비용이 들 것으로 분석했다. 송언석 의원은 “정부는 비대해진 공공부문 대신, 민간이 주도하는 양질의 일자리 공급을 늘리도록 지원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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