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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 왜 생리용품 지원금 안 타갔나…경기도가 놓친 것

중앙일보

입력

한 마트의 생리용품 진열장. 뉴스1

한 마트의 생리용품 진열장. 뉴스1

왜 안 받았을까.
경기도의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용품 구입비를 지급하는 ‘경기도 여성청소년 기본생리용품 보편 지원 사업’ 때문에 지자체가 고민에 빠졌다. 신청률이 예상보다 저조해서다. 각 지자체는 신청이 부진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 신청 기간 연장 등 대책도 마련 중이다.

여성청소년 신청률 46.6%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생리용품 구입비용을 신청한 여성청소년은 5만956명이다.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안산·군포·광주·김포·이천·안성·하남·여주·양평·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 등 14개 시·군 소속 여성청소년(총 10만9242명)의 46.6%만 신청했다. 당초 지난 14일 마감하기로 했던 온라인 접수 기간을 지난 18일과 25일로 추가 연장했는데도 절반 이하의 참여율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2년째 생리용품 구입비용을 지원한 여주시도 전체 대상자 3450명 중 2586명(74.9%)이 신청했다. 지역 화폐 운영 시스템이 달라 지난 12일부터 신청을 받은 김포시가 57%, 구리시 53.5%, 연천군 55%, 하남시 47.1% 등이었다.

여성청소년 기본생리용품 보편 지원 대상은 도내 만 11~18세 여성 청소년이다. 지급액은 월 1만1500원씩 6개월간 6만9000원. 카드나 모바일 형태의 지역화폐로 지급하는데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는 낙인효과를 막기 위해 모든 여성총소년을 지원대상으로 했다. 기초생활수급권자나 법정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족 등 일부 여성 청소년에게만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지원 사업과 차별화한 것이다.

코로나19·지역화폐 지급 영향?

각 지자체는 ‘청소년 복지’를 내세우며 관내 초·중·고교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생리용품 구입비용 지원을 알리고 있다. 지자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과 지역 커뮤니티 등 온라인 홍보도 적극적으로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몇 년 전 깔창 생리대가 논란이 되면서 여성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이나 관련 구입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며“그런데 해당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아보니 대상자가 생각보다 적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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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사기 부담? 편의점에 한정되서?
지자체들은 신청률이 낮은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홍보 부족을 언급했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면서 각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 학생들에게 충분한 사업 설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생리용품 구입비용 지원은 학부모가 대신 신청하거나 발급받은 지역화폐 카드로 대신 구입도 가능한데 상당수의 학생이 직접 신청하고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접 생리용품을 사는 것에 부담을 갖는 학생도 많아서 신청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별도 카드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도는 지원금을 생리용품 구입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용 지역화폐 카드를 새로 발급받거나 경기지역화폐 애플리케이션(앱)에 추가 카드 설치하도록 했다. 카드 신청 과정 등이 귀찮아서 포기한다는 거다.

여기에 구입처가 편의점 3개 업체로 한정되는 것도 신청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지역화폐이다보니 온라인이나 마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안산시에 사는 김모양(16)은 “생리용품은 주로 엄마가 사주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직접 구입하지 않는데 그런 상황에서 생리용품 구입을 위한 카드를 찾고 이용 가능한 편의점을 찾을 수 있겠느냐”며 “엄마에게 대신 신청해서 사 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생리용품 판촉 행사 등으로 참여 독려

반면 생리용품 구입비용을 지원하지 않는 도내 17개 지자체에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 지역도 빨리 도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순차적으로 도내 시·군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신청률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모바일 신청 기간도 다음 달 31일까지로 연장한다. 판매처인 편의점들도 25% 할인, ‘1+1’ 등 다양한 판촉 행사를 진행한다. 박승삼 경기도 평생교육국장은 “앞으로 구매처를 더욱 확대해 여성청소년들이 생리용품을 구입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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