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병 3만원 바가지에도 성매매男 몰렸다···코시국 요지경

중앙일보

입력 2021.07.28 05:00

업데이트 2021.07.28 11:21

소방관들이 문을 닫고 은밀하게 영업을 하는 유흥주점의 문을 열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소방관들이 문을 닫고 은밀하게 영업을 하는 유흥주점의 문을 열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문 여세요. 불법 영업하는 것 알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11시 30분쯤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대형 유흥주점. 경찰의 외침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불이 꺼진 매장 안에선 인기척이 이어졌다. 문은 한참 뒤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열렸다. 그런데, 내부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이 급하게 빠져나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사람들은 건물 안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 출입문을 양문형 냉장고로 가려놨지만, 경찰의 매서운 눈을 피하진 못했다. 냉장고를 치우니 창고의 입구가 나왔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여성종업원 11명과 손님 9명.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들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불법 영업을 한 유흥주점이 손님 등을 숨겨 둔 밀실. 경기북부경찰청

불법 영업을 한 유흥주점이 손님 등을 숨겨 둔 밀실. 경기북부경찰청

업소 가는 길 입국 심사 수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됐지만, 일부 업소들의 불법 영업이 이어지면서 ‘요지경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모텔을 술집으로 개조한 변종 업소가 생기거나 철저한 신원확인을 거친 예약제로 운영되기도 한다.

불법 유흥업소에 출입하는 게 출입국 심사 수준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러 차례의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 소개로 알게 됐느냐”는 친분 테스트를 거친 뒤, 신분증·사원증·월급명세서 등 철저한 신원 확인이 이어진다.

검증을 거친 뒤에도 현장에서 만나 다시 한번 신분을 확인하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등 돌고 돌아야 유흥업소에 입성할 수 있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이 성매매 사이트 등을 통해 손님을 물색한 뒤 신원확인을 하는 방법으로 영업했는데 적발되는 사례가 이어지자 최근엔 단골손님 위주의 영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일부 업체들은 단골의 연락처 리스트를 공유해 불법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모텔 안에서 불법 영업을 한 유흥주점. 경기남부경찰청

모텔 안에서 불법 영업을 한 유흥주점. 경기남부경찰청

소주 한 병에 3만원, 편의점 안주 수만 원대

단속 기관의 적발이 이어지자 모텔 등 숙박업소를 통째로 빌려 영업을 하기도 한다. 며칠 영업한 뒤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메뚜기 영업’을 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바가지 가격은 기본이다. 소주 한 병에 3만원, 편의점에서 산 만원 미만의 안주도 수만원의 가격을 매긴다. 일부 업소는 시간당 15만~20만원, 1인당 30만~40만원 등 평소보다 비싼 가격을 부른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업체는 주로 성매매를 목적으로 영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불법 영업의 규모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업체 대부분이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만 거래하고, 장부도 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내 돈 내 산…” 손님들 항의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어기고 영업하다 적발되면 영업주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손님도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낸다. 업주들은 잘못한 것을 알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술에 취한 손님들의 항의가 심하다고 한다.

“내 돈 내고 마시는데, 왜 방해를 하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막상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 손님들도 “잘못했다”며 꼬리를 내린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25일까지 전국에서 불법 유흥주점 등을 운영하다 단속된 사례는 319건에 달한다. 적발된 인원만 2004명이다. 경찰은 앞으로도 지자체와 손잡고 불법 유흥업소를 계속 단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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