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남북 연락 채널 복원, 관계 개선 계기로 삼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13개월간 끊겼던 남북 연락 채널이 27일 복구됐다. [뉴스1]

13개월간 끊겼던 남북 연락 채널이 27일 복구됐다. [뉴스1]

남북 직통 연락 채널이 어제 복원됐다. 북한이 지난해 6월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연락선을 끊은 지 13개월 만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정책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미묘한 시기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임기말 성과 급급한 단기적 접근은 금물 #연락사무소 폭파 등 현안 먼저 해결해야

경위야 어찌 됐건 남북 간 직통 채널이 복원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 왔던 남북 관계가 유턴 포인트, 즉 새로운 반전의 모멘텀을 힘들게 찾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해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 남북 정상 간 서신 교환이 몇 차례 이뤄진 뒤의 결과란 점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봄날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 했던 북한이 갑작스레 연락 채널 복원에 응한 배경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의 자력으로는 헤쳐 나가기 힘들 정도로 악화한 경제난과 코로나 대응을 위한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이 당장의 이유가 될 수 있고,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고 종용하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남북 관계 개선의 제스처를 보일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정부가 향후 남북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입장을 정하고 견지해 나가야 할 사항과 원칙이 있다. 우선 성과주의에 함몰돼 일을 서두르면 안 된다는 점이다. 임기 내 성과에 급급한 근시안적 접근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 특히 임기 말 남북 관계를 이벤트화해 대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 복원된 남북 연락 채널은 지난해 6월 9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폐쇄한 것이고, 북한은 그 뒤 곧바로 개성의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명백한 북한의 도발이자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향후 본격 대화 재개에 앞서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과 수습 방안을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지난해 9월 서해상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납득할 수 있는 조치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당시 진상 규명과 대응책이 미흡한 이유로 우리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것이 바로 남북 직통 채널이 끊겨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제 소통 채널이 확보된 만큼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대응해야 하고 북한은 이 문제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일들이 말끔히 정리될 때에야 비로소 진정성 있는 남북 대화와 협력이 가능해진다. 남북 대화는 북한의 오판과 잘못된 행동을 막고 남북 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수단이다. 대화 자체가 목표가 돼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연락 채널 복원에 이어 남북 대화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견지해야 할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