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미래다]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위해 초등학교 정보 교육 혁신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7.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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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범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 혼란은 사회 전 분야의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기고
구덕회
서울교대 교수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2020년 5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제안하였다. 교육정책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10만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초·중등에서부터 대학교육에 이르는 연계성 있는 교육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에 정통한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는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도 인식되어온 맥락이 있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교육과정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인데, 이 교육과정으로의 개편 당시에 눈여겨볼 만한 내용은 바로 소프트웨어 교육이다.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를 초·중등학교 정규교과 내용으로 반영하였다는 점이며, 이는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적으로 하겠다는 의미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방향타의 역할을 갖는다. 이러한 교육과정 개편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수화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이후 교육부에서는 교육과정에 제시된 소프트웨어 교육을 활성화기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 기본 계획을 수립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비해 교육과정에 제시된 소프트웨어 교육의 수업 시수는 매우 부족하게 편성하였다.

초등학교의 전체 수업 시수는 5892시간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모든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이 중 소프트웨어 교육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총 17시간인데,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전체의 0.29%에 해당한다. 고작 0.29% 정도의 시수를 편성하면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였다고 알리는 것은 언과기실(言過其實)이다. 말은 부풀려 해 놓고 실행은 미흡한 형국이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인데, 그 0.29% 시수마저도 신설이 아닌 기존의 정보통신기술(이하 ICT) 교육 시수를 이용한 것이다. 바로 정보 기기와 컴퓨터 프로그램 다루기와 같은 기초 교육을 폐지하고 대체시킨 시수이다.

2000년도에 ICT 교육 시수가 200시간(초1·30시간, 초2~6·34시간)인 적이 있었는데 이후 점차 줄어들면서 종래 교과의 일부 영역으로 남아있는 시수를 이용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지금의 초·중등학교는 별안간 ICT 교육이 없어진 상태이다. 초등교육에서 갑자기 ICT 기초 교육을 폐지하고 곧바로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이하 SW)으로 바꾼 것은 주먹구구식 편성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이처럼 종래의 ICT 교육을 SW 교육으로 바꿔만 놓고 정식 교과로 필수화했다고 요란하게 알린 것은 허장성세(虛張聲勢)라고 본다.

근래들어 정부는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020년 8월에 국민 디지털 리터리시 함양을 위한 ‘전 국민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교육 확산 방안’을 발표했다. 체계적인 초·중등학교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해 인공지능 교육 내용·범위 기준을 마련하고 교육과정 개정 시 정보 수업시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교육부 또한 2020년 11월에 ‘인공지능 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2019년 12월에 ‘인공지능 국가 전략’으로 3대 분야/9대 전략/100대 실행과제를 제시한 이후의 인공지능 교육 종합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물론 의미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정책과 실행과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수업하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모두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적용하고 있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초등학교 총 17시간의 시수로는 정부가 강조해온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교육을 실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실태의 원인을 곰곰이 찾아보면 정보교육 영역이 종래 교과의 부분적인 단원으로 존재하기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있어 학생들에게 필수 역량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교육은 종래 교과의 일부 단원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교과로서 일련의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정보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에 있어 학부모, 학생들은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전체 시수의 0.29%만으로 종래 교과의 일부 단원에 편성한 점은 상당히 계면쩍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려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이제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국가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할 시기이다. 앞으로의 사회에서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는 국력의 흥망성쇠를 판가름할만한 핵심적인 교육 분야이다. 이러한 범국가적 분야를 선도할 인재양성이라는 사명 앞에서 국가 수준의 학교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편성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와 사회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초등학교 정보 교육과정에 있어 중대한 혁신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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