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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확인, 수당 87억도 체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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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이 지난달 7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앞에서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에 대해 사측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묵념하고 있다. [중앙포토]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이 지난달 7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앞에서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에 대해 사측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묵념하고 있다. [중앙포토]

네이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27일 네이버 본사를 특별근로 감독한 결과를 발표하고 “지난 5월 사망한 네이버 근로자 A씨가 임원급의 직속 상사로부터 폭언을 겪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A씨가 사망 전 남긴 일기장에 기재됐다고 한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다른 직원들도 이와 부합하는 진술을 내놨다.

“상사 폭언, 과도한 업무 압박 지속” #3년간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적발 #고용부, 법인·대표 검찰 송치 예정 #네이버 “발표내용 일부 사실과 달라”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를 포함한 다수의 직원이 네이버 본사 측에 가해자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등을 제기했지만, 네이버 자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할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만 한다.

A씨의 극단적 선택을 사전에 막을 기회는 또 있었다.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채널’을 운영했지만, 고용부는 “일부 신고에 대해 불합리하게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A씨 사망 전인 2월 또 다른 근로자가 연휴 기간 중 상사의 업무 강요, 모욕적 언행 등을 신고했지만 신고를 접수한 부서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분리 조치를 명목으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배치하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A씨가 신고를 해도 제대로 해결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직원 19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2.7%)이 6개월간 1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다. 폭언·폭행 경험자는 8.8%로 나타났고, 19%는 동료의 피해를 보거나 들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10.5%는 ‘최근 6개월 동안 1주일에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겪었다’고 답했다.

한성숙

한성숙

조사 과정에서 네이버가 최근 3년간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86억7000여만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초과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임금체불’에 속한다. 임신 중 여성 근로자에게는 시간 외 근무를 하게 할 수 없지만, 이를 어기고 최근 3년간 12명에게 시간 외 근무를 지시한 일도 밝혀졌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임금체불, 임산부 보호 위반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안에 대해 네이버 법인과 한성숙 대표이사를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과태료 부과 처분도 진행한다. A씨에게 직접적인 모욕적 언사를 한 임원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상 처벌 조항이 없어 본사와 대표에 대해서만 검찰로 송치했다고 한다.

김민석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네이버는 우리나라 대표 IT기업이자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다수 나타났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은 이날 입장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분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큰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 깊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대책을 마련해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이버는 고용부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수당 미지급 등의 사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네이버는 “경영진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조사 진행이나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향후 조사과정에서 소상히 설명드리겠다”며 “기준 근무 시간인 주 40시간 미만 근무자에 대해서 급여 차감을 하지 않고 있으며, 연장근로를 신청한 경우 해당 수당을 미지급한 경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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