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8월 내 본회의까지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민주당 소속 박정 소위원장은 6시간여 논의 끝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 의원 3명(박정·김승원·유정주)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찬성하면서 출석 위원 6명 중 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박정 위원장은 표결에 부치면서 “위원회 대안으로 가결하겠다”고만 말했다. 언론이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 보도를 할 경우 최대 5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뒤 세부 내용은 확정하지도 않았다.
문체위 소위서 실체없이 표결 실시 #박정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하겠다” #야당 반발하자 1시간 뒤 내용 공개 #민주당, 8월내 본회의 통과 속도전
국민의힘 이달곤·최형두 의원 등이 “이 자리에서 대안을 보신 의원이 있나. 대안도 없이 의결하는 게 말이 되나” “이건 정말 너무하다.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러느냐”고 성토했지만, 이미 의사봉이 두드려진 이후였다. “제발 대안이 뭔지 말해 달라”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요구에 박 위원장은 “(기존에 나온) 16건을 통합 조정한 민주당 안”이라고 했다.
이날 법안 내용은 계속 바뀌었다. 위헌 소지가 있는 손해배상 하한제와 관련해 “(매출액의) 3배로 해야 한다”(김의겸 의원)거나 “1만분의 1에서 100분의 1 사이로 하자”(김승원 의원) 등 주장이 중구난방으로 나왔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소위 후 기자들과 만나 “갑자기 민주당이 가져온 수정 의견을 대안이라고 하면서 표결을 강행했다. 이 의결은 유령 의결이고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상액 산정 기준을 매출액으로 잡은 것 등에 대해 명백히 반대했음에도 아무런 문건도 없이 그냥 대안이라며 의사봉을 쳤다”고 말했다. 최형두 의원도 “지금 민주당이 통과시킨 건 지금까지 논의한 것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에 박정 의원은 “마치 우리가 아무 대안도 없이 의결했다 말하는데, (오늘) 6시간 논의한 후에 (문체위) 수석전문위원이 정리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발이 커지자 민주당은 소위 종료 후 1시간 후 다음과 같은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정리해 내놓았다. ▶언론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조작보도로 재산상 손해 등을 입힐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 ▶온라인 보도가 진실하지 않은 경우 독자가 열람차단 청구 가능 ▶정정보도는 같은 시간·분량 및 크기로 보도 등이다.
특히 위헌 소지가 있는 최소 배상액(하한선)도 명시됐다.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에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 사이에서 책정하도록 했다. 또 기존에 논의되지 않았던 언론사의 구상청구권도 새로 반영됐다. 언론 보도를 작성한 기자가 상급자 혹은 회사를 기망했을 경우 등에 언론사가 기자 개인에게 벌금을 구상권 청구할 수 있게끔 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8월 중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며 코너에 몰린 당 지도부가 가속도을 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전날 “(법사위 양보에) 일부 당원들 우려가 큰 걸 잘 안다”며 “야당이 뒤집어씌운 독주의 족쇄를 벗어던진 만큼 더욱 과감히 공정한 언론생태계 조성 입법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 전원에게 돌린 친전에서도 “언론의 ‘입법폭주’ 프레임에 걸려들고 말아 불가피한 선택(상임위 재분배)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언론·사법 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