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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선물" "그랜드은램" …월계관 반지로 하나 된 여자 에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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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바=장진영 기자

대한민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바=장진영 기자

2012년에도 2021년에도 한끗이 아쉬웠다. 하지만 금메달에 버금가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최인정(31·계룡시청), 강영미(36·광주서구청), 송세라(28·부산시청), 이혜인(26·강원도청)으로 구성된 여자 에페 대표팀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 32-36으로 패했다. 여자 에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은 놓쳤지만 값진 은메달로 보상받았다. 여자 에페 단체전 은메달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이다.

8강전에서 미국, 준결승에서 '세계최강' 중국을 꺾은 대표팀은 상승세가 하늘을 찔렀다. 에스토니아는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에서 만나 패했던 상대다. 5년 만에 찾아온 설욕의 기회. 그것도 결승이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7-7에서 3세트를 소화한 송세라가 6득점 하며 13-11로 리드를 안겼다. 시종일관 1, 2점 차로 앞서 올림픽 역사상 에페 첫 금메달을 기대했다. 그러나 마지막 9세트 '에이스' 최인정이 흔들렸다. 26-26 동점에서 피스트에 오른 최인정은 카트리나 레히스에 6-10으로 밀렸다.

경기 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담담했다. 송세라는 "훈련이 많이 힘들었는데 여기까지 올라온 것에 감사하다. 말도 안 된다. 나와 (이)혜인이는 첫 올림픽인데 큰 선물 받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맏언니' 강영미는 "신체조건을 이겨내고 성적을 냈다는 것에 팀원과 나 자신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경기 마지막 주자로 나섰던 최인정은 "언니와 동생들이 너무 잘 뛰어줘서 올림픽 결승 무대까지 올랐다. 경기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올림픽 메달을 가져와 만족한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최인정에겐 '아픔'이 반복됐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도 에스토니아전 마지막 주자로 나서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에스토니아전이 아니더라도 큰 대회에서 마지막 주자를 많이 했는데 '그랜드은램'이다. 세계선수권대회도 은메달, 올림픽도 은메달, 아시안게임도 은메달, U대회도 은메달이 있다. 그 부분이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여자 에페는 팀워크가 탄탄하다. 네 선수는 도쿄올림픽에 앞서 반지를 함께 제작해 더 하나로 뭉쳤다. 최인정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월계관 모양으로 했다. 로즈 골드는 동이라서 금색으로 했다"며 웃었다. 강영미도 "일본에 오기 한 달 전에 맞췄다. 서로 얘길 하다가 의미가 있으니까. 인정이가 먼저 이야기했다"며 "동생들이 귀찮아도 착해서 잘 받아준다. 워낙 착한 친구들이고 운동 열정이 많아 팀워크가 유지된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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