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핫라인' 남겨둔 대화채널 복구…'임기말 정상회담' 수순 돌입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18:27

업데이트 2021.07.27 21:33

남북이 그동안 단절됐던 소통 채널을 복원키로 했다. 임기를 9개월여 남겨놓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말 남북 정상회담 추진 수순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하고, 개시 통화를 실시했다”며 “연락선 복원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통 채널 복원은 지난해 6월 9일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모든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린지 413일만이다.

이번 통신연락선 복원은 특히 남북 정상이 친서(親書)를 통해 직접 합의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수석은 “남북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끊어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7월2일자 3면〉

이날 북한도 청와대 발표와 거의 같은 시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친서 교환 사실을 포함한 소통채널 재개를 알렸다. 발표 내용도 청와대의 브리핑과 일부 표현만 달랐을 뿐 사실상 동일했다. 발표 내용은 물론 공개 시점까지 남북이 사전에 합의했다는 뜻이다.

남북이 13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재가동한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대표가 북측 연락대표와 통화하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고 있다. 통일부 제공

남북이 13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재가동한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대표가 북측 연락대표와 통화하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고 있다. 통일부 제공

남북 정상이 대화재개의 의지를 공동으로 천명한 이날은 6ㆍ25 정전협정이 체결된지 68주년 되는 날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신연락선 복원 시점에 대한 특별한 고려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외교가에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의 전제가 되는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택일”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여러차례에 걸쳐 “정전체제를 종전체제로 바꾸고, 이를 비핵화 협상의 ‘입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정전은 휴전(休戰)의 전시 상황을 전제로 한다. 반면 종전(終戰)은 전쟁을 끝내고 사실상 북한의 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이러한 종전을 전제로 한 비핵화와 남북 공동번영을 목표로 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남북 정상간의 합의 내용에는 임기를 9개월여 남겨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이 어떤 절차로 진행될지에 대한 암시가 담겼다”며 “종전선언을 비롯해 정상간 ‘핫라인’ 복원, 화상ㆍ대면 정상회담 등을 한번에 담지 않은 것은 향후 그러한 절차를 하나씩 밟아갈 것임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선 코로나 감염에 민감한 북한의 사정을 감안해 판문점에 방역 시설을 갖춘 대면 방역회담장을 만들어 소통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2018년 4월 20일 청와대에 설치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 전화기. 연합뉴스

2018년 4월 20일 청와대에 설치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 전화기. 연합뉴스

이날 남북이 복원한 대화채널은 통일부와 군이 운영하던 통신선이다. 정상간 직통전화는 제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 간 통화는 협의한 바가 없다”면서도 “핫라인 통화는 차차 논의할 사안”이라고 했다.

아직 성사된 적이 없는 정상간 통화 자체가 임기말 대형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또 정상간 통화 뿐만 아니라 화상 또는 대면 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핵심인사는 “청와대가 이날 '양 측간 친서에서 정상회담은 협의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정상회담은 당연히 거칠 사안”이라며 “남북이 큰 방향에 대해 합의했기 때문에 향후 문 대통령의 임기내 회담이 추진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실제 외교가에선 “이미 친서를 통해 ‘화상정상회담을 먼저 추진하자’는 논의가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4월부터 친서가 교환됐고, 5월에 한ㆍ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남북이 대화 재개 의사를 발표하게 된 과정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모든 과정을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북한 역시 상당한 공감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지난 5월 21일 한ㆍ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과 6월 ‘북ㆍ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다”는 문구을 담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두 성명은 북한이 바라는 체제 보장과 대화를 통한 해결의 핵심 합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 관계자는 또 “일각에서 식량난과 코로나 백신 위기 등으로 북한이 어쩔 수 없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을 통한 식량과 백신 지원을 받을 수도 있었던 북한이 사실상 한ㆍ미와의 협력 여지를 열게된 것은 한ㆍ미가 제안한 대북정책에 대한 신뢰 때문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결국 핵심은 북ㆍ미 대화”라며 “무산되기는 했지만, 문 대통령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을 방문해 한ㆍ일 관계 복원을 시도했던 것도 동맹의 복원을 요청한 미국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대북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란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시간에 쫓긴 성급한 판단을 최대한 경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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