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철밥통 천국' 한국···공공 인건비, 500대 기업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17:53

업데이트 2021.07.27 18:58

지난해 공공부문 전체 인건비가 국내 대표 500대 기업의 인건비 합을 추월할 정도로 늘어났다. 정부 공공 일자리 증가가 결국 미래 세대에 막대한 비용 청구서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공공부문·500대 기업 인건비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공부문·500대 기업 인건비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7일 송언석 무소속 의원이 기획재정부ㆍ행정안전부ㆍ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ㆍ한국상장사협의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공공부문 총 인건비는 89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은 전체 공무원 재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을 모두 포함했다.

반면 지난해 500대 민간 기업 인건비 합은 85조9000억원으로 공공부문보다 3조6000억원이 작았다. 500대 기업은 5개 공기업을 빼고 비금융업 코스피ㆍ코스닥 상장사 중 매출 상위 500개 기업을 기준으로 했다. 통상 500대 기업은 대기업과 최상위 중견기업을 포함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 동향 분석에 자주 쓰는 기준이다.

2016년 이후 공공부문이 500대 기업 인건비를 추월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6년에는 공공부문 인건비(71조4000억원)가 500대 기업(75조3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이 적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선 2017년 이후 차이가 점차 줄기 시작해 지난해 역전했다. 2016년 이전 자료는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공공부문 인건비는 25.4%(18조1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500대 기업 인건비 상승률(14.1%, 10조6000억원)의 약 2배 가까운 수치다.

공무원 증가, 이전 정부 합보다 많아

공공부문500대 기업 재직자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공공부문500대 기업 재직자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인건비 부담 증가는 그만큼 사람을 많이 뽑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소방관ㆍ경찰관 등 안전ㆍ치안 담당 공무원 17만4000명과 사회복지 등 공공기관 인력 34만명을 추가 채용하고, 공공부문 직고용 전환 등으로 30만개 일자리를 추가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계획에 따라 공공부문 인력은 가파른 기울기로 늘어났다. 송 의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년간 증가한 공공부문 인력만 22만605명으로 같은 기간 500대 기업 증가 인력 3만4886명의 약 6.3배에 달했다. 30대 민간그룹 인력 증가(4만8685명)와 비교해도 4.5배 많다.

정권별 공공부문 재직자 증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권별 공공부문 재직자 증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공무원 증가 속도가 빠르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공무원 재직자(122만1322명)는 문재인 정부 기간만 11만3350명(10.2%) 늘었다. 노태우 정부(18만4410명) 이후 가장 많다.

‘큰 정부’를 지향하며 공무원 수를 대폭 늘린 것으로 평가받는 노무현 정부(9만936명, 9.8%)는 물론, 이명박 정부(4만2701명, 4.2%)와 박근혜 정부(4만3500명, 4.1%) 공무원 증가 수 합보다도 2만7149명 많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연금을 받기 위해 납입금을 내는 재직 공무원 수를 바탕으로 인력을 산출하기 때문에 다른 관련 통계보다 정확한 인원을 파악할 수 있다.

공공기관 임직원도 문재인 정부 동안에서만 10만7255명(32.7%) 늘어, 역시 이명박 정부(1만4431명, 5.8%)와 박근혜 정부(6만4685명, 24.5%) 전체 증가 폭을 넘었다. 아직 임기가 1년 더 남았기 때문에 증가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미래 세대 부담”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채용 쏠림도 심각하다.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하지 않고,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면서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부문에 입성하려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은 지난 5월 청년층 취준생(85만900명) 가운데 10명 중 3명 이상이 공무원 준비생(32.4%)이라고 밝혔다. 전년보다 4.1%포인트 늘어났다.

한국개발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은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와 공공부문에 사람을 몇십만명 늘린 것"이라며 "세계적인 첨단 정보·기술 전쟁에 뛰어들 젊은 인재를 공공 일자리에 몰아넣는 것은 인력 배분 왜곡을 가져오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연금 보전금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공무원 연금 보전금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늘어난 인건비는 결국 국민 부담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문재인 정부 공약대로 공무원 17만4000명을 9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면, 30년간 327조7847억원(공무원연금 부담액 제외)의 비용이 들 것으로 분석했다.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보다 많은 419조2815억원을 예상한다. 국가가 공무원ㆍ군인 등에게 지급하는 ‘연금충당부채’도 해마다 늘어 지난해 104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또 정부가 보전하는 공무원ㆍ군인연금 적자도 지난해(2조5644억원) 도입 당시인 2001년(599억원)보다 48.2배 급증했다.

송 의원은 “공공부문 관련 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고, 우리 손자·자식 세대가 부담할 비용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면서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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