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년만에 광화문 떠난 '세월호 기억공간'…앞으로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17:30

업데이트 2021.07.27 20:17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세월호 기억공간은 철제 펜스에 둘러싸인 채 적막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측이 기억공간 전시물을 서울시의회로 자진 철거하면서다. 2014년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 천막으로 광장에 자리 잡은 지 7년여 만이다. 협의회 관계자들은 세월호 모형을 비롯해 관련 도서, 희생자들의 사진 등을 하나하나 회수해 조심스레 포장지에 쌌다. 노란색 박스에 담긴 물품들은 850m 떨어진 시의회 로비로 옮겨졌다. 기억공간의 문은 굳게 닫혔다.

27일 오전 서울시의회로 전시물 이관이 끝난 후 출입이 통제된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 허정원 기자.

27일 오전 서울시의회로 전시물 이관이 끝난 후 출입이 통제된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 허정원 기자.

“감사, 위로” 전했지만…존치엔 선 그은 서울시

서울시와 유족들이 대립해오던 광화문광장의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세월호 기억공간)’철거 문제가 일단 봉합됐다. 유족 측이 서울시의회로 전시물을 임시 이전하면서다. 전날 현장을 찾은 여권 관계자들과 유족들의 이전 협의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 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끝난 후엔 어떤 식으로 기억공간을 유지할지 유족과 서울시의 이견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날 서울시는 입장문을 통해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위한 서울 시정에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세월호 사건 이후) 7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을 겪고 계신 데 대해 (유가족들께) 다시 한번 위로를 드린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의 결정은 세월호 기억 및 안전 전시 공간의 ‘존치’나 ‘철거 후 재설치’보다는 ‘광화문 광장의 온전한 기능 회복’을 원하는 서울시민 다수의 확인된 의견에 부합하는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억공간 존치에 대해선 선을 그은 셈이다.

유족, “민주주의, 안전사회 열망 담아야”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날 기억공간 내 물품을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직접 옮겼다. 김성룡 기자.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날 기억공간 내 물품을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직접 옮겼다. 김성룡 기자.

유가족의 입장은 서울시와 온도 차가 분명했다. 유경근 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기억공간 이전 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취지에 맞고, 동시에 세월호 참사 등 이곳에서 일어났던 민주주의와 안전사회에 대한 시민적 열망을 담을 방안을 서울시, 가족협의회, 시민이 함께 협의하자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요구였다”며 “건물을 고집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서울시는 어떤 고민도 하지 않고,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인 철거 통보를 했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유족들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등 여권 관계자들은 전날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광화문 광장에 '촛불혁명 기념물'을 세우고, 세월호 사건을 담겠다는 중재안을 내놓은 상태다. 김 의장은 오는 29일 오세훈 시장을 만나는 의장단 회의에서 이 사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촛불혁명 기념물’로 대체? 서울시, “의견 정리해달라”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 로비로 세월호 기억공간 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협의회는 전날 밤 회의를 통해 기억공간 내 물품을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김성룡 기자.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 로비로 세월호 기억공간 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협의회는 전날 밤 회의를 통해 기억공간 내 물품을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김성룡 기자.

오 시장이 동의하면 세월호 관련 시설을 지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다. 지난해 7월 공포·시행된 ‘서울특별시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 및 안전사회를 위한 조례’ 제5조 2항에는 ‘서울 시장이 희생자 추모와 안전사회를 위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현찬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전날 ‘서울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새로 발의하고 세월호 관련 시설 설치를 위한 근거 마련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유가족 협의회가 정리된 의견으로 주시면, 광화문 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월호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기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새로운 광화문 광장은 어떤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며 “전임 시장 때부터 구상된 계획이고, 앞으로도 그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걸 고려하면 타협의 여지를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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