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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에게 책임 전가 안돼”…서울대 기숙사 직원들 탄원서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직원 및 조교 등 15명이 지난 26일 ‘갑질 의혹 팀장’에 대한 탄원서를 고용노동부 노동지청, 인권센터 그리고 오세정 서울대 총장에게 전달했다. 앞서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청소미화원 이모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뒤 민주노총과 유족 등은 안전관리팀장 배모씨의 갑질 등이 원인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직원들이 오세정 서울대 총장, 노동지청 및 인권센터에 제출한 탄원서. 행정직원 김모씨 제공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직원들이 오세정 서울대 총장, 노동지청 및 인권센터에 제출한 탄원서. 행정직원 김모씨 제공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직원들을 대표해 행정직원 김모씨는 “미화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옆에서 함께 일해왔던 행정직원 및 조교들의 의견도 보여드리고 싶어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지난 22일 노동지청에서 서울대에 방문해 미화원 대상으로 조사를 한 데에 따른 나머지 직원들과 조교들의 자체 행동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비겁한 사람 되지 않기 위해 시작”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직원들과 조교들끼리 모여 ‘배 팀장이 징계를 안 받게 된다 해도 이렇게 갑질 낙인이 찍히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오히려 그냥 넘어가면 같이 일해왔던 우리가 비겁한 사람이 되는 거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윗선에서는 우리가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고, 탄원서를 취합해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기 위해 메일 주소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탄원서는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관악학생생활관 무기계약직 행정 직원 6명, 기숙사 관리운영사 직원 1명, 대표 조교 6명, 근로장학생 2명, 사회복무 요원 1명으로 총 15명이 참여했다”며 “행정 직원 11명 중 6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탄원서를 작성한 무기계약직 행정 직원 6명 중 4명이 배 팀장과 같은 민주노총 산하 대학 노조에 가입돼있다고 한다.

이들은 공식 의견문을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이렇게 황망히 돌아가시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고 생활관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죽음과 청소 미화원 선생님들의 근무 환경상 어려움 및 그에 대한 책임을 안전관리팀장에게 모두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우리 엄마였다면 생각도…다른 희생 없어야”

이들은 각자 A4 1장~3장 분량의 탄원서를 자필 또는 컴퓨터로 작성해 첨부했다. 배 팀장의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일했다는 직원 A씨는 “평소 제가 아는 모습으로 본 배 팀장은 본인이 새롭게 맡은 일을 잘하고 싶었고 어르신들께 더 잘해드리려는 마음이 컸는데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시행착오를 통해 서로 만족하는 모습으로 점차 발전됐을 것 같은데 초기에 너무 큰 일이 터져버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과연 우리 어머니라고 해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고 마음이 정말 아프지만, 또 한 명의 희생자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원생이자 관악사 대표 조교 B씨는 자필로 “저와 같은 학생에게도 매번 먼저 머리 숙여 인사하고 존대해주시며 작은 부탁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신 분”이라고 적었다. 행정 직원 C씨는 “여러 가지 상황을 조사해보지도 않고 또 다른 노동자를 희생시키려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과거에도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을 따돌림과 비난해서 그분이 직장을 그만두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피해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관악생활관 직원 15인의 탄원서가 총장님에게 26일 오후 전달된 것으로 오늘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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