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게이이자 챔피언"…남편·아들과 '금메달' 환호한 男다이버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14:55

업데이트 2021.07.27 15:10

도쿄올림픽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금메달리스트 톰 데일리. 로이터=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금메달리스트 톰 데일리. 로이터=연합뉴스

왕따, 소년가장, 동성애자…. 한때 천재 다이버의 독특한 이력이다. 지난 26일 도쿄올림픽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경기에서 동료 매튜 리와 함께 금메달을 딴 토마스 데일리(27) 이야기다. 2005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던 11세 소년은 16년 만에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이날 금메달이 확정되자 데일리는 “20년 전 다이빙을 시작할 때부터 꿈꿔왔던 순간인데 믿을 수가 없다”면서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무릎 관절(반월판) 파열로 수술을 받아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걸을 수 없었다던 그는 가장 먼저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당연히 금메달을 딸 줄 알았던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 획득에 그쳐 낙담한 그를 위로한 남편의 이야기와 함께 “이제 우리 아들이 제가 올림픽 챔피언이 된 것을 보게 됐고, 그게 너무 기쁘다”고 말하면서다.

동료 매튜 리와 함께 도쿄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경기를 펼치는 톰 데일리. 로이터=연합뉴스

동료 매튜 리와 함께 도쿄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경기를 펼치는 톰 데일리. 로이터=연합뉴스

그의 가족 사랑은 각별하다. 데일리는 이날 텔레그래프 등과의 인터뷰에서 “아빠가 된 것은 선수로서도 엄청난 전환점이었다”며 “(남편과 아들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라는 걸 알고 깨달은 된 순간 나 자신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즐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게이이자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말할 수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데일리는 어릴 때부터 촉망받던 천재 다이버다. 다이빙을 시작한 지 3년 만인 2004년 플랫폼 종목에서 10살로 역대 최연소 영국 주니어(18세 이하) 챔피언에 등극하고, 2008년 유럽선수권 대회에선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올림픽은 14세에 출전한 2008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번이 4번째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올림픽에선 각각 동메달을 땄다.

“두려워할 필요 없어”

화려한 경력에 반해 데일리의 어린 시절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의 성공을 질투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해 학교를 옮겨야 했고,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가 런던올림픽을 14개월 앞둔 2011년 뇌종양으로 숨지면서 17살에 소년가장이 됐다. 아버지를 잃은 다음 날에도 훈련을 가야 했던 이 소년은 런던올림픽이 끝난 후 몇 개월간 아예 다이빙을 그만두고 방황하기도 했다.

데일리는 2013 세계선수권대회를 6위로 마친 후 로스앤젤레스 여행을 떠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곳에서 영화 제작자 더스틴 랜스 블랙을 만나면서다. 대중의 관심이 버거웠던 데일리가 “걱정과 두려움은 떨쳐내고 그냥 내가 되자”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이후 2013년 12월 유튜브를 통해 커밍아웃하고, 블랙과의 연애 사실을 공개했다. 2017년 5월 결혼한 이들은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3살 아들 로비를 키우고 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는 내가 부적응자이거나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사회가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제 아이들이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는 성소수자 선수들을 보고 두려워하거나 혼자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신이 누구든지, 당신이 어디에서 왔던지, 당신은 올림픽 챔피언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해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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