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ℓ물 지고 수백m 걷던 소녀, 97년만에 필리핀 첫金 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13:04

업데이트 2021.07.27 15:04

26일 금메달 확정한 뒤 하이딜린 디아스가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 금메달 확정한 뒤 하이딜린 디아스가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필리핀의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30)가 도쿄올림픽에서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며 새 역사를 썼다. 디아스가 흘린 감격의 눈물에 필리핀 국민도 함께 울었다.

디아스는 지난 26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급 A그룹 경기에서 인상 97㎏, 용상 127㎏으로 합계 224㎏을 들어올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2016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필리핀 역도 영웅’ 디아스는 5년 만에 은메달의 한을 풀었다.

디아스는 용상 3차 시기에서 127㎏을 번쩍 들어 금메달을 확정한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필리핀 스포츠 역사가 바뀐 순간이었다. 필리핀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1924년 이후 무려 97년 만이다.

디아스는 27일 필리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신은 위대하다”고 말했다.

26일 필리핀의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가 시상식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26일 필리핀의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가 시상식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디아스는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필리핀 여자 역도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후 자신의 3번째 올림픽이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필리핀 역도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디아스의 역도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필리핀에선 그의 삶이 단막극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디아스는 필리핀 삼보앙가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디아스는 지독한 가난 탓에 물 40ℓ를 지고 수백 미터를 걸었다. 아버지는 트라이시클(삼륜차) 기사부터 농부, 어부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훈련 경비도 늘 부족해서 대기업과 스포츠 후원가들을 찾아다니며 금전적인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지난해 2월에는 중국인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말레이시아로 전지 훈련을 떠났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체육관 출입을 통제당했다.

가족과도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 디아스는 수개월 동안 숙소의 좁은 공간에서 역기를 들어올리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디아스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신이 준 모든 역경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는 필리핀인이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든 시련을 이겨낸 디아스에게는 두둑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 정부와 몇몇 기업은 디아스에게 3300만페소(약 7억5000만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26일 필리핀 올림픽 첫 금메달 획득한 '필리핀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가 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 필리핀 올림픽 첫 금메달 획득한 '필리핀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가 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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