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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조희연 1호 공개 소환에…“소 잡는 칼로 감자 깎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교조 해직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를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조 교육감은 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면서 첫 공개 소환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이날 오전 9시 조 교육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국가공무원법상 시험·이용방해 혐의로 공수처의 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 현재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는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조 교육감의 뜻에 따라 공개로 전환됐다.

7월 27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공수처의 소환 조사를 받기 직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7월 27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공수처의 소환 조사를 받기 직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조 교육감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정부과천청사 앞에 도착했다. 조사를 받기에 앞서 시위 중이던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대책위 회원 5명가량은 “공수처는 서울시교육감 표적 수사를 중단하라” “소 잡는 칼로 감자 깎는 공수처를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공수처를 규탄했다. 차에서 내린 조 교육감은 “감사하다”며 인사하고 격려했다.

혐의 전면부인 조희연 “애초 왜 고발됐는지 의문” 

8시 50분쯤엔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입주 건물(5동)의 동쪽 출입문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교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 10여년간이나 아이들 곁을 떠났던 교사들이 복직하는 건 교육계 화합을 위해 적절한 조치이고 사회적 정의에도 부합한다”며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특별 채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적법 절차를 지켰다는 주장의 근거로 조 교육감은 “사전에 두 차례나 법률 자문을 받았고 문제없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특별채용을 통해 개인적 사익을 취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감사를 맡은 감사원이 절차상 문제로 주의 조치를 한 것에서 나아가 왜 경찰에 고발까지 했는지 납득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또 경찰로부터 사건을 가져와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에 대해서도 “(배경에) 의문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오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건가”라고 묻자 조 교육감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기소 여부 결정 때 공·검 갈등 폭발 가능성

공수처의 조 교육감 수사가 당사자 소환으로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조만간 기소 여부 결정을 두고 공수처와 검찰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교육감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은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기소 여부 판단 이후 검찰이 정반대 결정을 내릴 경우 갈등은 폭발할 수도 있다. 불분명한 관계 법령은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조 교육감의 3선 도전 여부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현재 임기는 내년 6월 말 종료된다. 조 교육감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3선에 도전할지는 적절한 시점에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 26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7월 26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변호인 “공수처가 상상만으로 불법 수사”

앞서 조 교육감의 변호인인 이재화(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는 지난달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가 상상만을 근거로 불법 수사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초 이 사건은 감사원 감사로 불거졌다. 지난 4월 23일 감사원이 시험·임용방해 혐의로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가 감사원이 보낸 수사 참고자료(감사보고서·고발장 등)를 읽고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별도 인지해 같은 달 28일 수사에 착수한 뒤 5월 12일 추가로 시험·임용방해 혐의를 인지하고 경찰이 수사 중이던 동일 혐의 사건을 가져왔다. 애초에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때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감사원 고발장은 시험·임용방해 혐의를 토대로만 작성됐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경찰 고발장 말미에 ‘참고사항’으로 “직권남용 등 범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필요”라고 언급된 부분이 직권남용 혐의를 인지한 근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증거에 의한 사실이 아니어서 수사에 착수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2018년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채용을 요구한 해직 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부교육감과 채용 담당자(국·과장) 등이 채용에 반대했지만, 조 교육감은 부교육감 등을 배제하고 채용과 무관한 비서실 직원들을 동원해 채용을 강행했다는 의혹이다. 특별 채용된 교사 5명은 모두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공무원법에 따라 당연 퇴직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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