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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감시 기술, 외려 애국주의 추동력 됐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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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는 10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대변동의 국면에 직면해있다.”  

시진핑 주석이 2019년 12월 23일 베이징에서 열렸던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다. 중국이 좀처럼 얻기 힘든 역사적 기회와 함께 중대한 위험과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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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여러 중국 전문가들이 시진핑 시기의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발 리스크와 ‘중진국 함정’을 경고해왔다. 부채의 증가, 금융의 불안정성, 수출과 내수의 이중 부진, 생태 및 환경 리스크 등 중국의 복합적인 위기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들도 높았다.

국내적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국이 기존 패권국과 충돌할 수 있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국제적인 갈등 얘기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그 담론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중국은 ‘중진국 함정’과 ‘체제 전환의 함정’에 더해 ‘투키디데스의 함정’까지 3중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G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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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주요 언론이나 연구자들이 내놓은 중국의 리스크 극복 해법은 민주화와 시장화였다. 일당통치의 권위주의적 정치 구조와 역동적인 시장경제는 모순되므로 중국이 직면한 위기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 민주화와 정부 개입이 줄어든 완전한 시장화만이 해법이라는 것이었다.

단숨에 이 해법을 적용하기 힘들더라도 점진적으로 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장쩌민에서 후진타오로 지나면서 중국의 정치제도를 비롯해 경제와 사회의 변화는 이런 방향으로 완만하게 나아가는 것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선택한 길은 이러한 방향이 아니었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선택한 길은 당-국가 체제 강화와 이에 바탕을 둔 체계적인 사회통제관리 방식이었다. 집권 2년 차였던 2013년 18기 3중전회에서 당 중앙의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의 “정층설계(頂層設計: top level design)”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이 방식은 19차 당 대회 이후 더 강화되어 시진핑이라는 최고 지도자 일인으로의 권력 집중의 형태로 나타났다. 강력한 당 중앙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여러 방면에서 한계에 부딪혀있는 중국의 복합적인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런 중국의 정치적 변화는 개인 독재의 강화와 전체주의로의 퇴행이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beijing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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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은 분명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를 단순히 민주 대 독재라는 이분법적 구도로만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국이 일견 역행이나 퇴행으로 보이는 이런 움직임을 통해 실제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많은 학자는 서구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쇠락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 기저에는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들의 부상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변동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거기에 시진핑 중국의 통치 키워드가 숨겨있다.

중국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한편으로는 중앙의 권력을 강화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효율성과 투명성의 강화를 도모한다. 필자는 이를 법가적 전통을 이어받는다는 측면에서 ‘디지털 법가’ 개념을  제시했다.

ⓒC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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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구 선진국들의 혼란을 보면서 서구의 제도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중국적 변용을 강조하는 중국 모델이나 문명형 국가 담론이 등장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2020년 코로나 19 대응 과정에서도 중국이 초기 우한 상황에서 정보 통제와 검열로 대처해 사태가 확산하면서 체제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중국의 ‘체르노빌 모멘트’라는 분석도 등장했었다.

ⓒMe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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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서구 선진국들이 방역에 실패했지만 중국은 강력한 통제와 디지털 감시 기술의 활용으로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내자 오히려 중국 내에서 코로나 위기가 애국주의의 추동력이 되어버렸다. 중국에서는 이 코로나 위기가 자신들의 방식이 다른 나라보다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라는 체제의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역설적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THE NEW YORK TIMES

ⓒTHE NEW YORK TIMES

중국은 기존의 세계 질서가 크게 흔들리는 속에서 AI와 빅데이터, 안면 인식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중앙 집중형 체제를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가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디지털 법가의 방식이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그 체제가 세계적으로도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기보다는 공포와 거부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층과 지방에서의 다양한 실험을 용인하고 그것이 성공했을 때 기존의 제도로 흡수할 수 있었던 정책의 유연성 때문이기도 했다.

실제로 후진타오 시기 중국에서는 지역에서 특수한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정책 실험을 시도했고 이를 지역의 발전 모델로 삼기도 했다. 게다가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거부했지만, 기층에서 새로 형성되기 시작한 여러 사회조직의 자치성을 일정하게 인정하며 협치를 통한 당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조직하기 위한 초보적 시도들도 적지 않았다.

ⓒC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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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진핑 시기에 들어서서 이러한 정책적 실험은 거의 폐기되었다. 오히려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방침 아래에 중앙의 지도를 강조하며 첨단 신기술을 사회 통제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강화되는 이데올로기적 통일성과 검열 역시 미래를 위한 다양한 지역에서의 창의성을 고양시키기보다는 형식주의의 추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글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정리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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