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출산 줄고 코로나 사망은 급증…미국, 인구 첫 감소 전망에 비상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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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한 소년이 미국 성조기를 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한 소년이 미국 성조기를 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처음으로 출산율이 0명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자는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이어지고 있다.

출산율 올해 처음 0명대 진입 전망
청년층 출산 기피에 코로나19 영향
코로나로 사망자 급증한 것도 이유
조 바이든, 이민정책으로 반전 시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까지 약 1년 동안 미국의 인구 증가율은 0.35%에 그쳤다. 올해에는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무를 전망이다. 일부 인구 전문가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인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하락하는 출산율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출산율은 지난 2007년 1.78명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감소했다. 지난해엔 1.07명까지 떨어졌다.

미국 출산율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출산율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존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에선 전통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일시적으로 출산율이 하락했다가, 경제가 회복되면 다시 출산율이 올라가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2007년 이후엔 흐름이 달라졌다. 세계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회복 궤도에 오른 2010년 이후에도 출산율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출산율 하락은 미국에서 퍼지는 출산 기피 분위기 때문이다. WSJ은 “밀레니얼 세대는 그 전 세대에 비해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다”며 “청년층의 재정 불안이 커지고,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출산 기피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출산 기피 경향을 더욱 가속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지난 11일 “미국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10월 이후 신생아 수가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WSJ은 “코로나19에 따른 재정 불안이 이어지며 올해 미국에서 예년보다 최소 30만명이 덜 태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한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급증도 인구 감소세를 빠르게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50개 주 중 절반인 25개 주에서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았다. 2019년보다 5개 주가 늘어났다.

빨라지는 고령화 속도도 변수다. 인구통계학자 케네스 존슨 뉴햄프셔대 교수는 WSJ에 “인구가 고령화하며 코로나19가 끝나도 많은 주에서 계속해서 사망자가 출생아를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은 지난해 16.6%다. 10년 전(13.0%)보다 3.6%포인트 상승했다. 유엔은 미국이 2030년 초고령사회(총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인구)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조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조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인구는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이 커지면 노동력과 소비가 늘면서 경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이른바 '인구보너스'인 인구배당효과다. 반대로 생산연령 인구 비중이 낮아지면 부양 부담 등이 커지며 경제 성장은 지체될 수 있다. 인구 오너스다.

리처드 잭슨 글로벌 에이징 연구소(GAI) 회장은 “지난 200년 동안 미국 경제는 인구 팽창에 의존해 발전했으나 장기적으로 이런 효과를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WSJ은 “인구 감소는 미국 경제에 대공황과 세계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미국은 노동력을 늘리기 위해 이민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경을 닫으며 이민자는 줄고 있지만, ‘이민자의 나라’란 별칭처럼 이민은 미국 인구 증가의 주요 동력이다. 지난 10년간 늘어난 미국 인구 증가분의 33~50%가량이 이민자다.

때문에 미국의 인구 흐름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달려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이민자에게 문을 활짝 열겠다는 생각이다. 우선 1100만 명가량의 불법 체류 외국인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완강한 반대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의 제약도 걸림돌일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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