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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전기차 동맹’…픽업트럭, K-심장 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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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차의 본고장 미국에서 K-배터리 3사가 픽업 트럭(Pick up Truck) 전기차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펼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GM과 포드와 연맹군을 결성했고, 삼성SDI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과의 동맹을 맺었다. K-배터리 3사가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동형 픽업 트럭은 내년 초쯤 도로를 달릴 전망이다. 여기에는 디자인에 대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가 출시를 밀어붙이고 있는 테슬라의 '사이버트럭'도 참전한다.

K-배터리, '픽업 전기차' 시장서 각축전     

미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자동차는 1450만대, 이 중 300만대가 픽업트럭이다. 픽업트럭은 세단의 편안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역동성을 고루 갖춰 '가장 미국적인 차'로 꼽힌다. 특히 직접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서 옮기는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에 적합한 차종으로 여겨진다. 지난해에도 모든 브랜드와 모델을 종합해 픽업트럭은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린 차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10위 안에 총 5종이 자리잡았다. 그에따라 포드, GM 등은 이런 픽업트럭의 인기를 전기차(EV) 시장으로 연결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여기에 전기차 강자 테슬라와 리비안, 로즈타운 등 전기차 업체들도 가세했다.

LG에솔, GM의 허머에 얼티엄 배터리 공급  

 10년 만에 되살려진 허머 브랜드의 전기차 버전인 ‘GMC 허머 EV’. [AP=연합뉴스]

10년 만에 되살려진 허머 브랜드의 전기차 버전인 ‘GMC 허머 EV’.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치열한 전기 픽업 트럭 경쟁의 중심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가 있다. LG에너지 솔루션과 일찌감치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미국 1위의 차 업체인 GM은 2025년까지 270억 달러(약 31조원)를 쏟아부어 신형 전기차 30개 모델을 출시한다. GM의 전기차 시대로의 변신 중심에는 '허머'가 있다.

허머는 기름먹는 하마로 불리며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혀 단종됐다. 그 허머를 10년 만에 되살려 1000마력짜리 슈퍼트럭 ‘GMC 허머 EV(전기차)’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게 GM의 계획이다. GM이 지난해 10월 허머를 11만3000달러의 전기차로 출시한다고 발표하자 1차 예약판매분 1만대가 10분 만에 매진됐다.

허머에는 물론 LG의 배터리 기술이 들어간다. 이 차에 탑재할 얼티엄 배터리는 니켈ㆍ코발트ㆍ망간ㆍ알루미늄(NCMA) 양극재를 써 코발트 함량을 기존 배터리보다 70%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발열 안전성과 수명, 저항전도도 등에서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오하이오주에 연 3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GM은 지난해 미국 내에서 59만여 대를 판 픽업트럭 실버라도의 전기차 버전도 2023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1회 충전으로 약 643km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도 LG의 배터리가 실릴 전망이다.

SK이노, 美 픽업 트럭 1위인 포드에 탑재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AP=연합뉴스]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AP=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픽업트럭 1위인 포드의 F시리즈 전기차에 배터리를 싣는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시카고 오토쇼에서 공개된  ‘2022 F150 라이트닝’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시건주의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아 시승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더욱 부각된 차다.

대런 팔머 포드 글로벌전기차총괄은 “F150 라이트닝은 15%에서 80%로 충전하는 데 39~40분 정도가 걸린다”며 “F150이 트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1회 충전으로 약 482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대출력은 563마력이다. 이 모델은 지난 5월 공개 이후 사전예약 10만대를 넘어섰다고 포드 측은 밝혔다. F시리즈는 미국에서 지난해 약 79만대가 팔린 스테디 베스트셀러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 더불어 포드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2025년 양산을 시작할 블루오벌SK는 연 60GWh 이상 배터리 셀, 모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와 별도로 추가 라인을 건설 중인 조지아공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 자체적으로 올 연말이면 연간 총 21.5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다크호스 '리비안'과 손잡은 삼성SDI

 리비안의 픽업전기트럭 ‘RIT’. [사진 리비안]

리비안의 픽업전기트럭 ‘RIT’. [사진 리비안]

삼성SDI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비안과 손잡았다. 특히 리비안은 조만간 전기 픽업 트럭 인 ‘RIT’를 사전 예약한 고객들에게 차를 인도할 예정이다. 9월쯤으로 예상되는데 RIT는 소비자들이 몰고 다니는 첫 전기 픽업트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안은 아마존 등에서 약 3조원을 투자받았고, 올 초 32조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미 현지에서는 주식시장에 상장할 경우 기업 가치가 두 배 이상 뛸 것이란 예산이 나온다.

이 회사 R. J. 스캐린지 리비안 최고 경영자(CEO)는 지난 4월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삼성SDI와 협력해 왔다”고 공개했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배터리는 21700(가로 21mmㆍ세로 7mm) 원통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현재 미국 미시간주 팩공장만을 운영하고 있다. 리비안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셀 공장 라인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추진할 것인지,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 여러 가능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그룹,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그룹,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국 토종 픽업 트럭의 전동화 모델에 K배터리 3사의 제품이 탑재될 경우 미국 내 한국의 배터리 점유율은 당연히 높아진다.  IBK투자증권 전창현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부재와 소극적인 일본 사이에서 투자를 늘리는 한국 업체들이 2022년이면 미국 현지 배터리 설치 캐파가 기존 최대였던 파나소닉을 넘어서 현지 캐파의 약 55%를 차지할 것”이라며 “23년 60%, 25년 7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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