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스요" 112t 주문 쏟아졌다…애호박에 울던 화천의 기적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05:00

업데이트 2021.07.27 10:15

지난 25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에서 농민들이 애호박을 산지 폐기하고 있다.   강원지역 농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애호박 판로가 막혀 가격이 폭락하자 300t 규모의 산지 폐기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에서 농민들이 애호박을 산지 폐기하고 있다. 강원지역 농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애호박 판로가 막혀 가격이 폭락하자 300t 규모의 산지 폐기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가 돕자” 이틀 새 1만4000상자 팔려
강원 화천군 풍산1리에서 애호박 농사를 짓는 김상호(66)씨는 최근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경험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여파로 애호박 수요가 줄면서 애지중지 키운 애호박을 팔 곳이 없어져서다. 김씨는 애호박 가격 마저 절반 이하로 폭락하자 지난 22일부터 닷새 동안 애호박 30여t을 산지 폐기했다. 김씨는 “최근에는 8㎏짜리 애호박 한 상자에 1200원에도 팔아봤다”며 “호박 한 개에 60원꼴이어서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애호박 가격 폭락에 화천 농가 울상

국내 최대 애호박 산지인 화천 농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가뜩이나 애호박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가격마저 폭락해서다. 최근 화천에서 산지폐기한 애호박은 200t에 달한다.

하지만 애호박을 산지폐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뜻밖의 변화가 생겼다. 전국 각지에서 “농가를 돕겠다”며 애호박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서다.
애호박 한 상자 1만1000원→4000원대 폭락

지난 25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에서 농민들이 애호박을 산지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에서 농민들이 애호박을 산지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화천군에 따르면 애호박밭을 갈아엎고 있다는 농가 사연이 전해진 지난 25일부터 이틀 동안 온라인 쇼핑몰과 전화로 112t의 애호박 주문이 접수됐다. 애초 정부와 농협이 산지 폐기하기로 결정한 화천산 애호박 213t의 절반 이상이 판매됐다. 애호박 1만4000상자(한 상자당 8㎏)에 달하는 것으로 화천에서 일주일간 가락동 시장에 출하하는 물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우선 화천군이 직영하는 농산물 온라인 쇼핑몰인 ‘스마트 마켓’(hwacheonsmartmarket.com)을 통해 지난 25일 애호박 1만 상자가 팔렸다. 우체국 쇼핑몰에서 25일 배정된 2000상자가 완판된 데 이어 26일에도 1시간 만에 하루 배정량인 2000상자가 모두 팔렸다.

재경화천군민회에서도 회원 등을 대상으로 주문을 접수 중이어서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타지에 있는 지인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300상자 정도를 대신 팔아줬다고 한다.  이틀 새 주문량이 폭증하면서 산지 폐기는 당분간 중단됐다.

김상덕 화천군 농식품유통 계장은 “장마 기간이 짧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식당 영업이 예전 같지 않아 애호박 수요가 대폭 감소해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가를 돕기 위한 손길이 이어지면서 26일 이후 밭에서 딴 애호박은 산지 폐기를 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숨 돌린 농가, 코로나19 거리 두기 변수 

25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에서 농민들이 애호박을 산지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에서 농민들이 애호박을 산지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쇼핑으로 판매한 애호박 가격은 8㎏ 한 상자에 6000원으로, 산지 폐기 보상가인 5200원에 비해 다소 높게 책정됐다. 하지만 주요 거래처의 소비감소, 수확 이후 곧바로 출하하는 애호박 유통구조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게 화천군과 재배농가 등의 입장이다.

최근 2주간 연장된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등 코로나19 상황이 최대 변수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많은 분이 농가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만큼 화천산 애호박에 지속적인 관심과 구매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화천군은 국내 최대 애호박 산지다. 114개 농가가 200㏊ 이상 밭에서 애호박을 재배하고 있다. 여름과 가을철 일반 노지 재배를 통해 연간 4500t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 유통량의 70%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애호박 수요가 줄면서 한 상자 평균가격은 올 초 1만1000원에서 최근 4000원대로 폭락한 상황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