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뒷면 보여준다고…" 前 검사장이 따진 중대재해법 위헌성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05:00

업데이트 2021.07.27 07:23

법무법인 '무영' 대표 변호사인 송인택 전 전주지검장이 26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지난달 자신이 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법무법인 '무영'

법무법인 '무영' 대표 변호사인 송인택 전 전주지검장이 26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지난달 자신이 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법무법인 '무영'

"업무상과실치사상보다 형량 6배 높은 건 위헌"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사건을 맡으면 위헌 주장을 할 겁니다."

송인택 등 5명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출간

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을 출간한 송인택 전 전주지검장의 말이다. 법무법인 '무영' 대표 변호사인 송 전 검사장은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스템을 갖추고 사람을 교육시키는 데 최소한 1년 이상 있어야 하는데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은 국가 책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은 내년 1월 27일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해설서다. 송 전 검사장과 안병익·정재욱·김영철·김부권 등 산업재해 관련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 출신 변호사 5명이 중대재해 사건을 맡을 검사의 시각으로 공동 집필했다.

송 전 검사장은 2014년 인천지검 1차장검사 시절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해운업계 구조적 비리를 파헤쳐 한국해운조합 이사장과 해양수산부 공무원 등 43명을 기소했다.

송인택 전 전주지검장이 안병익·정재욱·김영철·김부권 등 산업재해 관련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 출신 변호사 4명과 공동 집필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표지. 사진 법무법인 '무영'

송인택 전 전주지검장이 안병익·정재욱·김영철·김부권 등 산업재해 관련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 출신 변호사 4명과 공동 집필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표지. 사진 법무법인 '무영'

"졸속 제정…죄형법정주의 등 헌법과 충돌" 

송 전 검사장은 머리말을 통해 "중대재해법은 졸속 제정으로 죄형법정주의와 책임주의 등 헌법의 이념과 충돌하기도 하고, 헌법이 재해 예방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헌법 제34조 제6항)하고 있음에도 재해 예방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사실상 외면했는가 하면,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들에 대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적용을 유예 내지 면제해 준 이상한 법률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들을 돌아보면, 기업의 안전 대책 미흡이 사고 발생 원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안전관리 시스템 부재도 이에 못지않고, 재해자의 안전불감증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며 "그런데도 그 책임을 기업의 경영진에게만 묻는 듯한 방법으로, 다른 형벌체계에 비춰 과도할 정도의 높은 법정형을 부과하는 방법으로만 해결하려는 정책 방향은 중대재해를 근절하라는 헌법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떤 내용 담고 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떤 내용 담고 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대재해 최고 징역 30년…과잉금지 원칙 위반"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30년 이하(가중처벌 시 45년) 징역으로 처벌하는 법률이다. 형법에서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놓고 송 전 검사장은 "판례에 의하면 업무상과실범과 상상적 경합 관계여서 고의범이기도 하고 과실범이기도 한 하나의 행위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보다 최고 형량이 무려 6배나 높게 최고 징역 30년까지 벌하는 것은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 죄명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이 헌법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재해 사고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지난 5월 13일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개정안 발의 내용에 대한 기자회견을 했다. 왼쪽부터 유정주, 이수진, 이탄희, 장경태 의원. 오종택 기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재해 사고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지난 5월 13일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개정안 발의 내용에 대한 기자회견을 했다. 왼쪽부터 유정주, 이수진, 이탄희, 장경태 의원. 오종택 기자

"의사 진단 따라 죄 여부 따지는 건 위험" 

송 전 검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10원짜리에 빗댔다. 그는 "10원짜리 동전 뒷면에 다보탑이, 앞면에 10원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값어치는 앞면이든 뒷면이든 같은 10원짜리"라며 "다보탑이 새겨진 뒷면을 보여주면 값어치가 60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송 전 검사장은 "책임주의에 부합하도록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근거를 고의와 과실로 구분해 그 형량을 따로 정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책에서 "징역 30년까지 중형으로 다스리게 될 중대재해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을 의사의 예상 치료 기간으로 정한 것은 엄청난 실수이고, 즉시 개정되지 않으면 법 적용 일선에서는 큰 혼란을 초래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명백히 반하는 규정"이라고 했다. "의사가 어떻게 진단서를 떼어 주냐에 따라 죄가 되냐, 안 되냐를 따지는 건 위험하다"는 취지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다룬 부분. 김준희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다룬 부분. 김준희 기자

"나이롱환자, 정신과 치료 고려 안 해" 

이들은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말한다고 규정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중대재해와 다른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를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등의 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라고 규정했다.

저자들은 "주관적 상해 피해를 호소하는 속칭 나이롱환자인지 여부와 추가 진단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 특히 현재의 개념 규정으로는 통상적으로 예상 치료 기간이 최소 수개월인 정신과적 예상 치료 기간도 중대재해의 상해 진단 기간으로 포섭할 수밖에 없는데 국회의 논의 과정에 그런 점을 고려한 흔적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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