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안부터” 유족 반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사흘째 무산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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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남측의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이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하기로 하면서 유족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전남 진도군 진도항의 ‘4·16 기억관’ 역시 이전 문제를 두고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세월호 유족 및 시민단체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억공간 마저 없앨 순 없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 등은 ‘이미 추모 공간이 별도로 있는 데다 현재 시설은 한시 운영을 전제로 약속이 됐다’는 입장이다.

사흘째 발길 돌린 서울시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왼쪽)과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왼쪽)과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을 비롯한 서울시 관계자는 26일 오전 7시 30분쯤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아 유족 측 설득에 나섰다. 이날은 서울시가 지난 5일 예고한 철거일이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이곳에서 농성 중이던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 등 시민단체와 유가족의 반대에 부딪혔다. 기억공간 앞에는 ‘기억을 금지하지 말라. 세월호 지우기와 세월호 기억관 철거를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가족을 설득하고, 철거 공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모두 거부했다”며 “(그러나) 강압적으로 철거할 계획은 없다. 일단 돌아간 후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3일부터 내부 사진, 물품 등을 정리할 계획이었으나 사흘 연속 무산됐다. 23일 유족과 1시간 20분가량 대치하다 철수했고, 24일에도 두 차례 방문했다가 돌아가야 했다.

“박원순 때 합의” vs “존치 협의해야”

26일 서울시가 낸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관련 입장. 서울시.

26일 서울시가 낸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관련 입장. 서울시.

서울시는 입장문을 내고 “전임 시장(고(故) 박원순 전 시장) 때부터 새로운 광화문 광장은 어떤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되는 것으로 구상했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에게도 일관되게 안내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 구조물 조성·운영은 열린광장ㆍ보행광장이라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2019년 4월 박 전 시장이 설립을 추진했다.

서울시는 453억원을 투입해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조성하는 국가 추모시설(가칭 4·16 생명안전공원)에 광화문 기억공간 기능을 이관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설이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억공간 철거 후 전시물은 일단 서울 기록원에 임시 보관했다가 국가 추모시설로 이관을 협의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족들은 ‘서울시의 철거 안내는 있었지만, 박 전 시장과 논의 중이었던 사안으로 당시에도 최종 합의된 바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4·16연대는 “공사 중에는 임시 이전할 수 있고, 완공 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취지에 맞게 위치는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며 “기억공간 존치나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시민단체 측은 서울시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무기한 농성 방침을 밝힌 상태다.

55억, 453억 들여 추모시설 지었지만 

지난 2018년 12월 진도항 세월호 4ㆍ16 기억관. 진도항 개발 공사를 위해 지난 2018년 9월 철거 계획이었지만 일부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의 추가 추모 시설물 설치 요구에 부딪혀 여전히 그대로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018년 12월 진도항 세월호 4ㆍ16 기억관. 진도항 개발 공사를 위해 지난 2018년 9월 철거 계획이었지만 일부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의 추가 추모 시설물 설치 요구에 부딪혀 여전히 그대로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를 수습한 진도항에도 세월호 추모시설인 ‘4·16 기억관’이 있다. 세월호 희생자인 고(故) 고우재군의 아버지 고영환씨는 기억관 바로 옆 가족 컨테이너(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진도군은 올해 말 완공하는 세월호 추모시설인 국민해양안전관으로 4·16 기억관을 옮기자는 계획이지만 고씨를 비롯한 일부 유족들은 ‘추모공간은 어디든 마련할 수 있지만 기억 공간은 세월호 희생자 수습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해양안전관은 진도항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다.

2019년부터 국비 55억원을 들여 진도항 여객선터미널 신축 사업을 추진 중인 진도군은 난감한 상황이다. 진도군 관계자는 “유족 한 분이 머무는 시설이 여객선터미널 부지와 겹쳐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세월호의 아픔을 같이 나눠야 할 분이라 철거를 강제할 수도 없어 애가 탄다”고 말했다.

세월호 추모 시설은 인천시 부평구 인천 가족공원에도 있다. 국비 30억원이 투입된 추모관에는 일반인 희생자 45명 중 41명의 유골·영정이 안치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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