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영범의 이코노믹스

현 정부가 만든 일자리, 박근혜 정부보다 40만개 적어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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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자리 통계의 정치학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매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주식시장은 미국의 실업률, 실업급여 청구 실직자 수 등 일자리 관련 통계의 발표를 주목한다. 내수 위주의 미국경제에서 소비자 구매력의 증감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상황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간주하고, 구직활동을 포기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면서) 실업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같이 일자리 지표로서 실업률이 가지는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업률 통계는 신뢰를 받고 있다.

일자리 정부 표방했지만 최악 결과
2020년 실업자 외환위기 이후 최대
조사방식 바꿔 통계 불신까지 초래
알바·단시간·노인 일자리만 늘어나

미국 실업률은 변동성이 높다. 2020년 5월 14.7%까지 올라갔던 미국 실업률은 2021년 5월 6.1%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실업률 통계와 관련해 조사를 주관하는 미국 노동부의 신뢰성 내지 자의성에 대한 논란은 없다. 일관된 기준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제일 낮은 편이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3~4%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실업률은 고용 상황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지표로서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보조지표의 하나로 확장실업률도 같이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용 상황이 아주 나빴던 2020년에도 실업률은 4%로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을 뿐이고, 확장실업률은 13.6%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높아졌다.

경단녀와 취준생은 사실상 실업자

박영범의 이코노믹스

박영범의 이코노믹스

국제통화기금(IMF)은 실업률이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구조적인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을 들고 있다. IMF는 정규직을 원하나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시간제 등을 하고 있거나 경력 단절 이후 취업을 원하는 여성, 취업준비생 등이 실업자로 포함되지 않는 것 등을 지적했다. IMF는 실업률이 높으면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필립스 곡선 이론이 한국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했다. 고용 보조지표로서 통계청이 발표하는 확장실업률은 12%대 내외이지만 이 또한 생산성 격차 등을 고려하면 더 높을 것으로 IMF는 추정했다.

전체 취업자 증감

전체 취업자 증감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일자리 통계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취업자 수가 넉 달 연속 늘어난 올해 6월 고용동향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자축하는 분위기였으나 여론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재정 일자리가 상당히 많았고 기저효과, 거리두기 완화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 충격의 영향이 없었던) 2019년 상황에서 나아진 것이 없었다. 청년 취업자가 21만 명 늘어났으나 주로 인턴 및 아르바이트 일자리였고 2019년과 비교하면 소폭으로 늘어났다. 40대 일자리도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재정 일자리의 영향이 크다. 제조업 취업자는 여전히 줄었고 종업원 있는 자영업자는 31년 만에 최저였다.

일자리 통계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진 것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부 정책 기조에 불리한 조사결과는 왜곡되게 해석하고, 조사 결과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우호적이면 조사 대상이나 방법의 차이에 대한 설명 없이 조사의 결과치가 자주 발표된다.

조사방식 바꾸면서 시계열 비교 단절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늘어난 2020년은 예외로 하고, 비정규직의 숫자가 역대 최대로 늘어나 ‘비정규직 고용 참사’가 확인된 2019년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를 두고 통계청은 조사방식을 바꾸었기 때문에 과거와 시계열 비교를 할 수 없다고 했다. 2018년 새로운 일자리가 10만 명 미만으로 늘어난 고용 참사가 확인된 이후 2019년 초 업무계획에도 없었던 조사방식 변경을 관련 외부 위원회의 개최도 없이 단행했다. 시계열 비교가 끊어진 것은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었다.

정부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일부 비정규직이 조사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업체 조사결과에서 기간제 근로자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비정규직 고용 참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 기존 분석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밝혔다.

2021년 5월 ‘2020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근거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노동시장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2017년 22.3%에서 2020년 16.0%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는 실업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2020년 실업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일자리 양과 질에서 모두 실패

고용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실업률, 취업자 수, 고용률 등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연령대별 취업자 증감

연령대별 취업자 증감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15세 이상 인구 변화 대비 취업자 변화의 상대적 크기에 의해 좌우되고 일자리 질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고용률, 노동시장의 결과치인 일자리 숫자에 집착해서는 제대로 된 고용정책이 나올 수 없다. 일자리 정부를 지향했지만, 일자리의 양뿐 아니라 질의 제고에도 실패한 문재인 정부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재정 일자리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만들어진 일자리 수는 박근혜 정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보다 40만 개 작다. 60대 이상 일자리를 제외하면 2018년과 2019년에는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반면에 40대 일자리는 2019년까지 33만 개 없어졌다. 제조업 일자리 비중은 줄어들었으나 공공서비스 일자리 비중이 늘었다. 17시간 이하 초단시간, 18~35시간 단시간 취업자 비중이 각각 1.6% 포인트, 1.8% 포인트 높아졌다. OECD 국가 및 G7 국가는 평균적으로 임시직, 파트타임 근로자의 비중이 큰 변화가 없으나 한국은 높아졌다.

노인 일자리 위주로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관제 일자리’로 고용률은 높아졌지만, 비정규직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9년 비정규직 숫자가 90만 명 가까이 늘어났는데, 비정규직 취업자 4명 중 1명은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하루 2~3시간 일을 하는 월급 30만원 미만의 초단기 일자리가 70%를 차지하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는 2019년에 10만 개 이상 늘어났다. 조사방식 변경으로 비정규직 숫자가 늘어났다는 정부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면 재정 일자리를 늘려서 최소 20%에서 최대 27%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더 만들어 낸 것이다.

경제의 허리 40대 일자리 감소 심각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가 잘 늘어나고 있지 않지만, 일자리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큰 2020년을 예외로 하고, 늘어난 취업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76.6%, 2018년 241.2%, 2019년 125.2%였다. 2018년과 2019년에는 60대 이상 일자리를 제외하면 취업자가 줄어들었다. 40대 일자리는 2017년 5만 명, 2018년 11만 7000명, 2019년 16만 2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2016년 17.4%에서 2019년과 2020년에 16.3%로 줄었다. 공공부문 연관 일자리가 많은 사업·개인·공공서비스의 비중은 2016년 36.1%에서 37.4%(2019년)와 38%(2020년)로 증가했다. 주당 취업시간 17시간 이하인 근로자 비중은 2016년 4.8%에서 2019년 6.7%, 2020년 7.1%로 늘었다. 18시간 이상 35시간 이하인 근로자 비중도 2016년 12.2%에서 2019년 13.2%, 2020년 15.1%로 상승했다.

2017년 이후 고용의 질이 나빠진 것이 국제비교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종속취업자(dependent employment) 중 임시직의 비중이 한국은 2016년 21.9%에서 2019년 24.4%로 2.5%포인트 증가했다. OECD 국가 평균은 같은 기간 12.0%에서 11.8%로 오히려 줄었다. G7 국가 평균도 8.9%에서 8.8%로 약간 줄었다.

총 취업자 중 파트타임 비중도 한국은 2016년 10.8%에서 2019년 14.0%로 눈에 띄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OECD 국가 평균은 16.7%로 변화가 없고, G7 국가 평균은 17.9%에서 17.7%로 약간 줄었다. G7 국가 중 파트타임 비중이 늘어난 국가는 일본이 유일한데, 대학생 취업률 100%라는 노동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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