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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거대 여당, 강성 유튜버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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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70여 석의 거대 집권당이 강성 유튜버들의 공세에 휘둘리고 있다니 안타깝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하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합의한 데 대해, 조국 수호 집회를 열었던 ‘개국본’ 대표가 하는 유튜브 채널인 ‘시사타파 TV’는 “대선 포기 선언인가”라며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그러자 ‘문자 폭탄’이 쇄도했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페이스북에 “오늘 새벽부터 전화벨에 문자메시지가 쏟아져 스마트폰으로 도저히 업무를 볼 수 없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문자폭탄 유도, 저질 콘텐트 쏟아내 #민주주의 위협 인식해 대책 마련해야

정상적인 정당 활동에 대한 폭력 행사란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정당인이라면 의당 분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여당 의원은 오히려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유튜브 편에 섰다. 대권주자인 추미애 후보도 “잘못된 거래를 철회해야 한다”고 거들었다고 한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딴지방송국’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2년형을 확정한 대법원 재판부를 향해 “개놈 XX들, 갑자기 열받네”라고 욕설을 했다. 그는 “나는 죄를 지어도 그는 죄지을 사람이 아니다” “만약 잘못했다면 실토를 먼저 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사실과 증거가 결여된 전형적인 음모론이다. 그런데도 동석했던 민주당 의원은 “맞아요, 맞아요”라고 맞장구쳤다.

여당 대선 경선이 과열되면서 아예 유튜버들이 대리전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형수 욕설’ 등 저질 콘텐트를 쏟아내면서다.

아무리 유튜브가 언론·방송의 기능을 담당하는 등 미디어 선거의 핵심 수단이 된 게 현실이라고는 하나, 정당이 아무 말도 못 한 채 오히려 강성 유튜버들에게 끌려다니는 걸 보니 참으로 씁쓸하다. 불과 얼마 전 반면교사도 있지 않았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체제는 보수 유튜버에게 매달리는 바람에 총선 참패를 예견하지 못했었다. 이후 강성 지지가 과잉 대표되는 바람에 중도층을 놓쳤다고 자성했지만 뒤늦은 후회였다.

이미 정치 유튜브의 그림자에 대해선 많은 경험칙이 쌓이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아니다. 유혹에 최적화돼 있고 결국 ‘필터 버블’(이용자 관심사에 맞게 필터링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이 강화돼 사람이 단순화된다”(인공지능학자 기욤 샬로)는 것이다. 정치적 극단화에 빠진다는 의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대중들은 참인지 거짓인지 구별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더 세게 하면 할수록 돈을 번다”고 꼬집었다. 강성 유튜버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는 그렇지 않아도 혼탁한 정치판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도 이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주요 언론을 대상으로 재갈 물리기에 골몰할 게 아니라 사실상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에게 맞설 용기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