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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정의 힘’ 일깨워준 양궁 대표팀의 쾌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25일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강채영(왼쪽부터), 장민희,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태극 궁사들은 9연패란 대위업을 달성했다.[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25일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강채영(왼쪽부터), 장민희,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태극 궁사들은 9연패란 대위업을 달성했다.[연합뉴스]

도쿄 올림픽은 시작부터 스포츠, 나아가 올림픽의 존재 이유를 79억 인류에게 입증해 주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여자·남자 단체와 혼성)의 ‘신궁(神弓) 코리아’ 위업은 단순히 금메달을 몇 개 안겨준 기쁨을 뛰어넘는 의미를 선사했다. 한국 사회에 공정의 가치를 일깨운 쾌거가 특히 돋보인다.

특혜 없는 선발 경쟁…17, 40세 한팀 #불공정 한국 사회와 정치가 배워야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우리 대표팀은 러시아팀을 완파하고 올림픽 9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 차례도 빠짐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단순히 33년간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다는 사실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다. 바람이 거센 일본 현지 경기장 사정에 맞춘 선수들의 피나는 훈련, 첨단 장비를 갖춘 과학적 조련, 협회의 물심양면 지원은 기본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하게 되는 점은 대표팀이 특혜 없는 공정 경쟁을 통해 나이도, 경력도 불문하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출발, 과정, 결과를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2019년에 치른 대표팀 1차 선발부터 기존 대표를 포함해 모두에게 문호를 열었다. 기존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1, 2차 선발전 없이 3차 선발전과 평가전만으로 국가대표를 뽑던 관행과 특혜를 과감히 없앴다. 1인당 2500발을 쏴야 하는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 17세와 40세로 이뤄진 남자 대표 원팀에 대해 MZ 세대가 환호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이 이미 3만 달러를 넘었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이달 초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격상했지만, 여전히 불공정과 불평등으로 혼란스럽다. 조국 일가 비리 사태는 공정의 가치를 훼손해 청년의 공분을 일으켰다. 강원랜드와 금융권 채용 비리는 수많은 청년을 분노와 절망으로 내몰았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그쳤다.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은 공정한 수사, 공정한 재판은 요원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 국민의 기본권은 더 침해받고 있다. 국가대표 양궁팀이 거둔 성과에 열광하는 국민을 보면서 그만큼 공정에 대한 갈망이 간절함을 재확인하게 된다. 올림픽이 열리는 지금, 동시에 진행되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을 지켜보면 과연 누가 공정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리 대표팀 양궁은 가능한데, 여의도 정치는 공정의 가치 실현이 불가능한가.

기록적 폭염 와중에 제때 내리는 시원한 급시우(及時雨) 같은 양궁 금메달 소식을 접하면서 공정의 가치를 구현할 정치를 간절히 바란다. 기업들은 중국의 추격을 물리칠 초격차 아이디어를 양궁 대표팀의 노하우에서 얻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양궁 대표팀의 쾌거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