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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바뀐 외국인, 반도체 던지고 2차전지 쓸어담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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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국인 투자자의 ‘입맛’이 바뀌고 있다. 한국 주식을 연일 팔아치우는 와중에도 2차전지(배터리) 관련주를 쓸어담았다. 외국인이 이달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상위 5종목 중 4개가 2차전지주일 정도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반도체를 비우고 그 자리에 2차전지를 담는 모양새다.

7월 순매수 톱5 중 넷이 2차전지 #양극재 등 소재업체도 사들여 #SKIET 25% 올라…34% 뛴 곳도 #전문가들 “추격매수 조심해야”

외국인, 반도체 팔고 2차전지 사들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외국인, 반도체 팔고 2차전지 사들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3조40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중 삼성전자(-1조6013억원), SK하이닉스(-5642억원) 등 반도체 쌍두마차의 매도 규모가 64%에 달했다.

그 자리에 외국인은 2차전지를 채웠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2634억원)를 비롯해 삼성SDI(2259억원), LG전자(2250억원), LG화학(2120억원) 등 4종목을 1조원 가까이 샀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5위 중 SK텔레콤(5위)을 빼면 모두 2차전지 종목이다. 지난달 외국인이 2차전지·엔터·반도체·유통주 등을 골고루 산 것과 대비되는 ‘편식’이다.

양극재·전해질(배터리액) 등 2차전지 소재 업체도 외국인의 ‘쇼핑 목록’에 들어갔다. 이달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엘앤에프(1546억원)였다. 이 회사는 배터리 양극재를 만든다. 마찬가지로 배터리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비엠(1215억원), 전해질 생산업체 천보(501억원)가 각각 외국인 순매수 3·4위를 차지했다.

외국인이 최근 2차전지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2차전지는 전기차를 움직이는 핵심 부품이다. 일단 시장 여건이 좋다.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는 등 세계 주요국이 친환경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부터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만 출시하고,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삼성SDI 등 국내 기업이 배터리를 납품하는 고객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억4500만 대의 전기차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1100만 대)의 13배 규모다.

외국인 매수 덕에 주가 상승세도 가파르다. 2차전지 소재주인 SKIET 주가는 이달 들어 25.4% 뛰었고 에코프로비엠(34.4%), 천보(25.1%), 엘앤에프(23.2%)도 20% 넘게 급등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주가는 5.6% 올랐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실적 성장이 부각돼 소재 업체가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2030년까지 배터리 산업에 4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주가가 뛰자 개인 투자자는 2차전지주를 던지는 모습이다. 개인은 이달 들어 삼성SDI(-4402억원)를 가장 많이 팔았고 SKIET(-2994억원), LG전자(-2232억원)도 순매도했다.

지금 2차전지주를 사는 건 어떨까. 전문가 사이에선 추격 매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차전지주의 주가 상승 폭이 컸던 만큼 단기적으로 소외됐던 종목에서 기회를 찾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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