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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혈투’ 안창림, 집념의 동메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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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안창림(왼쪽)이 26일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결정전에서 오루조프를 상대로 한팔 업어치기를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안창림(왼쪽)이 26일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결정전에서 오루조프를 상대로 한팔 업어치기를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이 집념의 동메달을 따냈다.

3경기에서 23분 넘게 싸워 #코피 터진 후 동 결정전 승리

세계 랭킹 4위 안창림은 26일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유도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2위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에 절반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7초를 남기고 왼쪽 한팔 업어치기를 성공했다. 이로써 안창림은 두 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출전이었던 2016 리우올림픽에선 16강에서 탈락했다.

안창림은 8강전부터 입을 벌린 채 거친 숨을 몰아쳤다. 16강전에서 키크마틸로크 투라예프(우즈베키스탄)와 연장 접전을 벌이다 코를 다친 탓이다. 투라예프가 조르기 공격을 시도하면서 안창림의 안면을 팔꿈치로 가격했다.

코피가 터졌다. 경기 후 응급처치로 안창림의 출혈은 멈췄다. 하지만 콧속에 피딱지가 생기면서 호흡이 불편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선 전 경기를 골든 스코어(연장전) 승부를 벌이느라 체력을 전부 소진했다. 안창림은 32강전을 8분 33초(정규시간 4분 포함)간 치렀다. 쉬지 않고 2경기를 연달아 치른 셈이다. 16강전은 6분 26초, 8강전도 8분 13초로 혈투였다. 3경기 시간만 23분 12초였다. 보통 6경기에 해당하는 시간이었다.

안창림은 4강에선 라샤 샤브다투아슈빌리(조지아)를 상대로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시도하지 못하고 연장에서 지도 3개로 반칙 패했다. 정훈 전 유도대표팀(2016 리우올림픽) 감독은 “유도는 순간적으로 힘을 쏟아야 하는 종목이라서 코와 입으로 동시에 호흡해야 한다. 제때 숨을 내쉬거나 들이쉬지 못할 경우 가슴에 호흡이 가빠져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쉴 새 없이 업어치기를 시도하는 안창림이 신기할 정도다. 정신력으로 버틴 투혼의 동메달”이라고 말했다.

동메달이 확정된 후 안창림은 송대남 대표팀 코치와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고향 도쿄에서 태극기를 휘날리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다. 안창림은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가족과 일본으로 건너왔다. 유도는 가라테 도장을 운영했던 아버지 안태범(57)씨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

일본 유도 명문 쓰쿠바대에 진학한 안창림은 2학년이던 2013년 일본 대학 유도 최고 권위 대회인 전일본대학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일본 유도계로부터 귀화 권유를 받았지만, 뿌리쳤다. “한국 사람이라면 태극마크를 달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학창 시절에도 일본식 이름이 아닌 ‘안창림(安昌林)’이라는 한국 이름을 썼다. 2014년 2월 용인대에 편입한 그는 그해 11월 첫 태극마크도 달았다. 그는 한국 대표팀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유독 리우올림픽 16강 탈락,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 등 주요 국제 대회에선 부진했다. 라이벌 오노 쇼헤이(28)와는 6전 전패였다. 일부 일본 팬은 안창림에게 “일본에서 대표가 될 자신이 없어서 한국으로 도망쳤다”고 조롱했다. 안창림은 동메달을 따낸 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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