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중국 동포 짓” 75%, 실제 검거 인원은 한국인 98%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00:02

업데이트 2021.07.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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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코로나 기획 - 혐오 팬데믹 

지난달 11일 천주교제주교구에서 예멘 난민 3명과 이들을 돕는 '연우'(활동명·29, 오른쪽)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건 기자

지난달 11일 천주교제주교구에서 예멘 난민 3명과 이들을 돕는 '연우'(활동명·29, 오른쪽)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건 기자

“전화코드를 빼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중국 관련 혐오표현 1위 ‘우한폐렴’
10명 중 4명 ‘건보 먹튀’ 주장 믿어

난민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 여전
일부 “노동력 공백 대안” 인식 변화

중국동포지원센터 이사장 박옥선(56)씨에게 지난해는 악몽 그 자체였다. 그는 “작년 4월쯤부터 ‘거기 우한 코로나 센터 아니냐’며 욕설이 난무하는 비난 전화 수백통이 끊임없이 걸려왔다”고 회상했다. 박씨는 “동포들에게 제발 돌아다니지 말자고 사정했을 정도”라며 “서울 대림동 부근에서 코로나가 터지면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하며 다녔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은 우리 안에 숨어있던 혐오에 불을 붙였다. 가장 큰 불똥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으로 튀었다. 그리곤 한국 사회에 있는 중국인과 중국 동포를 향했다.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지난 5월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게 물었더니 최근 1년간 혐오표현 접한 적 있는 사람이 682명이었다. 이들 중 76.8%가 중국,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를 보거나 들었다고 밝혔다. 특정 종교집단(83.3%), 특정 정치성향(79.9%)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또한 코로나19 관련 혐오표현을 사용한 사람들은 특정 종교집단(71%, 1~3순위 기준) 다음으로 중국·중국 동포(43.2%)를 많이 공격했다.

중국인 키워드 관련 가장 많이 사용된 혐오 표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인 키워드 관련 가장 많이 사용된 혐오 표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소셜 미디어 여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빅데이터 업체 사이람을 통해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데이터 264만4713건을 분석했더니 코로나19 1차 유행 전후(지난해 1~3월) ‘중국인’ 키워드로 가장 많이 사용된 혐오표현 1위는 ‘우한 폐렴’이었다. 5위는 무능, 11위는 쓰레기였다.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중국 동포 사회는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경계인’으로 놓인 이들은 국내서 설 자리가 좁아졌다. 1년 전만 해도 활발했던 중국 동포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 등은 상당수 자취를 감췄다.

중국 동포 유튜버 ‘혜삐’(26)도 최근 2년간의 한국 생활을 접고 중국으로 떠났다. 그는 “중국 동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인식에 변화가 생기지 않고 오히려 나빠지기만 하는 거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국적별 인국 10만명당 검거 범죄자 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적별 인국 10만명당 검거 범죄자 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른바 ‘중국 포비아’나 ‘조선족 포비아’가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다. 중국인과 중국 동포는 범죄를 자주 저지르거나 한국에서 여러 혜택을 보고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혐오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3명(75.2%)은 ‘보이스 피싱 사기범이나 온라인 댓글 조작범은 중국인·중국 동포가 절반 이상’이라는 문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검거 인원은 3만9324명, 이 중 97.5%가 한국인이었다.

중국 동포가 건보료를 내지 않고 건보 혜택만 받는다는 ‘무임승차론’에 동의하는 이도 적지 않다. 혐오 인식 조사에 응답한 10명 중 4명(43.9%)은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봤다. 이 명제 역시 대부분 거짓이었다. 정부는 2019년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6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해야 건보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동포가 건보료 내지 않고 의료 혜택만 받는 일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국적별 사기 범죄자 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적별 사기 범죄자 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에서 외국인 혐오는 중국인·중국 동포 말고도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가난한 국가 출신을 혐오하는 이른바 ‘GDP 차별주의’다.

2018년 여름, 내전을 피하려는 예멘 난민 561명이 제주도에 발을 디뎠을 때도 그랬다. 한국 사회가 보인 반응은 이슬람 혐오와 결합한 GDP 차별주의였다. “예멘 난민 1인당 138만원의 세금이 지급됐다”, “그들 대부분은 가짜 난민이다” 같은 ‘무임승차론’이 퍼졌다.

대부분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난민 심사를 받는 최장 6개월 동안 지원금을 받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모든 난민이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예멘 난민 B씨(30)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난민은 거의 없었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국내 외국인 범죄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 외국인 범죄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취재팀의 혐오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59.5%가 ‘난민 유입 이후 유럽 주요국 범죄율이 올라갔다’는 명제가 사실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통계 수치는 달랐다. 유럽은 2015년 즈음 중동, 북아프리카 등에서 난민이 대거 유입됐지만 범죄율은 오히려 내려갔다. 유럽연합통계청에 따르면 유럽연합 27개국의 2018년 강도 건수는 2012년 대비 34% 떨어졌다. 2018년 기준 고의적인 살인 사건도 2008년보다 30% 감소했다.

제주 예멘 난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도 관계자는 “난민과 관련된 어떠한 사건사고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 주민 강모(28)씨는 “처음엔 난민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3년이나 지났는지 몰랐을 정도로 지역 사회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동포, 난민 등을 우리가 베풀 대상이 아니라 새로 유입되는 인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문화라는 세계적 트렌드를 받아들여야 할 시기”라며 “이들이 없으면 당장 우리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경제적, 사회적으로 우리의 공백을 채워주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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