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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버러 연초담배 사라질 것” 필립모리스 CEO의 작별 선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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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야체크 올자크

야체크 올자크

“말버러는 10년 안에 영국 담배 진열대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2030년부터 판매 금지될 예정인 것처럼, 담배 생산도 금지돼야 합니다.”

“향후 내연차처럼 생산 금지해야” #매출 절반 금연제품서 낼 계획

다른 사람도 아닌 세계 최대 담배회사 중 한 곳인 필립모리스의 야체크 올자크(56)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이렇게 선언했다. 담배회사의 CEO가 내놓은 선언이라 더 파격적이다. 필립모리스의 말버러는 남성성을 강조한 ‘말버러 맨’ 광고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브랜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말버러의 브랜드 가치는 올해 기준 4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렇게 잘나가는 담배회사 CEO가 주력 상품을 10년 내 시장에서 사라지게 하겠다고 공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25일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와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올자크는 “필립모리스는 영국 내에서 (담뱃잎을 태우는) 전통적인 흡연을 중단시키려는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소비자의 금연을 위해 정부가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데이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담배 없는 세상이 빨리 올수록 모두에게 좋다”며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흡연자들이 연초와 담배 대체재 사이에서 느끼는 혼란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자크는 어린 시절 자신이 살던 폴란드의 공산당 정권이 붕괴하는 것을 겪으면서 시장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목격했다. 시장의 변화와 변동성이 그에겐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 올자크는 30년간 필립모리스에서 담배 시장의 전문가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5월 필립모리스의 과감한 변화를 추진할 적임자로 지목됐다. 세계 담배 시장 트렌드를 관찰하며 다듬은 그의 통찰력도 기대를 모았다.

올자크는 폴란드 우츠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동유럽 출신으로는 드물게 글로벌 기업의 CEO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93년 필립모리스에 입사해 재무팀에서 근무하다 폴란드 영업부문 이사, 유럽 전 지역 책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다. 지난해 연봉은 1100만 달러(약 127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그가 경영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정보다.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올자크의 경영 정책은 수년 동안 필립모리스가 추진해 온 방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회사는 최근 향후 담배보다 건강 사업 부문에 집중하고, 회사 연간 매출의 절반을 금연 제품에서 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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