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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고개숙인 MBC…우크라이나 대사관 "불편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 당시 선수단 소개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사용한 [MBC 방송화면 캡처]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 당시 선수단 소개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사용한 [MBC 방송화면 캡처]

지난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한 MBC가 선수단 입장 화면에 부적절한 자료사진과 자막을 사용한 일에 대해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불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고르 데니식 주한우크라이나 대사대리는 이날 뉴스1의 이메일 질의를 받고 "최근 상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비극적인 사건이 언급된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하다(uncomfortable)"고 했다.

MBC는 당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등장하자 화면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관련 사진을 걸었다가 비난을 받았다.

데니식 대사대리는 "우크라이나는 오랜 역사를 가졌고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며 "우수한 인재와 풍부한 문화를 지니고 있는데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으로만 비쳐서 불편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 우크라이나는 지리적 거리가 있고 많은 한국인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한국 언론의 도움으로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 대해 더 긍정적인 정보를 얻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데니식 대사대리는 "지난 주말 동안 대사관은 (이 사건으로) 한국 친구들로부터 많은 따뜻한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며 "우린 한국 친구들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전하며 양국의 우호적 관계가 지속하길 희망했다.

내달 우크라이나는 독립 30주년을 맞는다. 내년 2월 10일은 한국과 우크라이나 수교 30주년이다. 데니식 대사대리는 "한국 언론이 이런 역사적인 날짜들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는 노르웨이 선수단 입장 때는 연어 사진을, 아이티를 소개하면서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고 표현했다. 이밖에도 마셜제도를 소개할 때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자막을, 팔레스타인을 소개하면서는 이스라엘 장벽을 그림으로 걸어 물의를 일으켰다.

주말 동안 비난을 받은 MBC는 이날 오후 박성제 사장이 대국민 사과 형식의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박 사장은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등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전달했다고 했으나, 아이티 등 국내에 대사관이 없는 국가의 경우 아직 서한을 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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