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드래곤은 언제 써요?" 퇴물 취급받던 양산의 부활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20:28

업데이트 2021.07.26 20:51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안산이 23일 오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랭킹 라운드에서 기록 확인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양산과 선글라스를 쓰고 햇볕에 무장한 안산의 모습. 뉴스1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안산이 23일 오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랭킹 라운드에서 기록 확인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양산과 선글라스를 쓰고 햇볕에 무장한 안산의 모습. 뉴스1

26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한 백화점 1층 패션잡화 코너. 젊은 여성 2명이 한 패션 브랜드의 양산을 펼쳐보며 구매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들은 매장 직원에게 “자외선(UV) 차단지수는 얼마나 되는지” “우산으로 같이 쓸 수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물었다. 매장 관계자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양산을 찾는 젊은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양산 쓰세요” SNS서 잇따르는 추천 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한 시민이 양산을 쓰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이 사진은 온도가 높을 수록 붉은색으로 표시되며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뉴시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한 시민이 양산을 쓰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이 사진은 온도가 높을 수록 붉은색으로 표시되며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뉴시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양산 쓰기를 추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살인적인 더위에 양산 꼭 쓰세요”처럼 햇볕 차단 효과가 있는 양산을 올여름을 나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름엔 양산을 써야 하는 이유”라며 지난 15일 올라온 한 트위터 글은 26일 기준 1만 건 넘게 리트윗(공유)됐다. 이 글에는 야외에 있는 시민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양산을 쓴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를 의미하는 푸른색으로 찍혀 있는 모습이 담겼다. SNS 등에서는 ‘양산 적극 추천러’ ‘양산구매 열풍 합류’ 등 양산 구매를 인증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양산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양산은 15일부터 이날까지 12일째 패션잡화 부문 검색어 1위를 줄곧 기록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1위, 20대가 2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 양산은 40대 이상이 주 고객층이었는데, 고객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효자 템’ 양산 빌려주는 지자체들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청 1층에 있는 '양심 양산 대여소'. 채혜선 기자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청 1층에 있는 '양심 양산 대여소'. 채혜선 기자

양산은 지자체 폭염 대책에서도 ‘효자템(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양산을 쓰면 폭염 때 체감온도와 불쾌지수를 낮춰 온열 질환을 예방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다”면서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이 있는 대구시는 올해 혹서기 대책으로 양산 쓰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가 약 7도 낮아진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경기도 성남시는 지난 5일부터 시청과 각 구청 등에서 ‘양심 양산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다. 양산 대여를 원하는 시민 누구나 양산을 빌려 쓸 수 있고, 7일 이내에 돌려주면 된다. 인천시 남동구나 부산시 동구, 강원도 삼척시·양구군 등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폭염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과로 양산을 찾는 주민이 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 추구하는 MZ사이에서 인기”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보건소에서 양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보건소에서 양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양산은 과거 온라인에서 “그래서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은 언제 써요?”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퇴물’ 취급을 받았다. 지드래곤이 쓸 정도로 유행하지 않으면 사용이 꺼려진다는 의미였다. ‘중년 여성의 상징’ 등으로 여겨지면서 젊은 층 등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양산이 보여주는 ‘인기 행진’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진 에잇세컨즈 인스타그램]

[사진 에잇세컨즈 인스타그램]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양산하면 ‘멋 부린다’ ‘중년이나 쓴다’ 등과 같은 일종의 편견이 있었는데, 실리를 추구하는 MZ세대에서는 그런 건 상관치 않아 보인다”며 “남이 어떻게 보든 바라는 이점이 있다면 일단 취하고 보는 MZ세대의 특성이 최근 양산의 인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양산 고르는 ‘꿀팁’
패션 브랜드 ‘닥스’ 관계자는 양산을 고를 때 열과 빛을 차단하는지를 따져보는 게 좋다고 권했다. “태양빛을 그대로 받는 겉면은 빛을 반사하도록 밝은 톤 컬러가 좋고, 안쪽은 바닥에 닿아 반사되는 빛을 흡수하도록 어두운 컬러가 낫다”는 게 이 관계자 설명이다.

닥스 관계자는 “날씨가 무더울수록 양산 판매량이 급속하게 증가한다”며 “완벽한 그늘을 만들지 않더라도 자외선 차단지수 90% 이상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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