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한 백화점 1층 패션잡화 코너. 젊은 여성 2명이 한 패션 브랜드의 양산을 펼쳐보며 구매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들은 매장 직원에게 “자외선(UV) 차단지수는 얼마나 되는지” “우산으로 같이 쓸 수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물었다. 매장 관계자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양산을 찾는 젊은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양산 쓰세요” SNS서 잇따르는 추천 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양산 쓰기를 추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살인적인 더위에 양산 꼭 쓰세요”처럼 햇볕 차단 효과가 있는 양산을 올여름을 나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름엔 양산을 써야 하는 이유”라며 지난 15일 올라온 한 트위터 글은 26일 기준 1만 건 넘게 리트윗(공유)됐다. 이 글에는 야외에 있는 시민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양산을 쓴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를 의미하는 푸른색으로 찍혀 있는 모습이 담겼다. SNS 등에서는 ‘양산 적극 추천러’ ‘양산구매 열풍 합류’ 등 양산 구매를 인증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양산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양산은 15일부터 이날까지 12일째 패션잡화 부문 검색어 1위를 줄곧 기록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1위, 20대가 2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 양산은 40대 이상이 주 고객층이었는데, 고객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효자 템’ 양산 빌려주는 지자체들
양산은 지자체 폭염 대책에서도 ‘효자템(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양산을 쓰면 폭염 때 체감온도와 불쾌지수를 낮춰 온열 질환을 예방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다”면서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이 있는 대구시는 올해 혹서기 대책으로 양산 쓰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가 약 7도 낮아진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경기도 성남시는 지난 5일부터 시청과 각 구청 등에서 ‘양심 양산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다. 양산 대여를 원하는 시민 누구나 양산을 빌려 쓸 수 있고, 7일 이내에 돌려주면 된다. 인천시 남동구나 부산시 동구, 강원도 삼척시·양구군 등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폭염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과로 양산을 찾는 주민이 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 추구하는 MZ사이에서 인기”
양산은 과거 온라인에서 “그래서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은 언제 써요?”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퇴물’ 취급을 받았다. 지드래곤이 쓸 정도로 유행하지 않으면 사용이 꺼려진다는 의미였다. ‘중년 여성의 상징’ 등으로 여겨지면서 젊은 층 등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양산이 보여주는 ‘인기 행진’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양산하면 ‘멋 부린다’ ‘중년이나 쓴다’ 등과 같은 일종의 편견이 있었는데, 실리를 추구하는 MZ세대에서는 그런 건 상관치 않아 보인다”며 “남이 어떻게 보든 바라는 이점이 있다면 일단 취하고 보는 MZ세대의 특성이 최근 양산의 인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양산 고르는 ‘꿀팁’
패션 브랜드 ‘닥스’ 관계자는 양산을 고를 때 열과 빛을 차단하는지를 따져보는 게 좋다고 권했다. “태양빛을 그대로 받는 겉면은 빛을 반사하도록 밝은 톤 컬러가 좋고, 안쪽은 바닥에 닿아 반사되는 빛을 흡수하도록 어두운 컬러가 낫다”는 게 이 관계자 설명이다.
닥스 관계자는 “날씨가 무더울수록 양산 판매량이 급속하게 증가한다”며 “완벽한 그늘을 만들지 않더라도 자외선 차단지수 90% 이상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