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 히로시마 피폭 소송 상고 포기…원거리 피폭자 84명 승소 확정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19:27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히로시마(廣島) 원자폭탄 투하로 피해를 입은 원거리 피폭자 84명을 피해자로 인정한 히로시마 고등재판소(고등법원)의 2심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국가)가 상고를 포기해 피해자 측의 승소가 확정됐다.

26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번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법무성과 후생노동성 등 관계부처에 상고 포기를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1심 판결에 불복해 작년 8월 국가 측이 제기한 항소로 연장됐던 이른바 '검은비'(黑い雨) 소송은 2심에서 일단락됐다.

스가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원고 측) 많은 분이 고령이고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피폭자 원호법에 따라 신속한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상고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4일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1945년 미군의 원폭 투하 당시 국가가 지정한 원호 지역 외에서 거주하다 피폭을 당한 84명이 히로시마현과 히로시마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전원을 피폭자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피폭자 건강수첩 교부를 명령한 히로시마 지방재판소(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유지하며, 국가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일본 정부는 검은비 소송 관계 기관에 최고재판소(대법원) 상고를 권고했으나, 히로시마 현·시 등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논의를 계속했다. 자체 조사결과를 근거로 히로시마 전역과 주변 지역으로 확대해 특례지역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초 일본은 원폭을 투하한 폭심지에서 북서로 약 19㎞, 폭 약 11㎞의 타원형 지역을 원호 지역으로 규정하고 이 지역에 거주했던 사람들에게 원호 혜택을 제공해왔다. 피폭자 원호법은 피해자들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하고 암 등 특정 질환이 인정되면 피폭자 건강수첩을 발행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84명은 일본 정부가 규정한 원호 지역에서 벗어난 지역에 거주했기 때문에 관련 질환이 발생해도 피폭자 건강수첩 발급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지만, 이번 승소 확정으로 전원에게 피폭자 건강 수첩이 발급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스가 총리가 올해 10월 임기를 마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상고 포기를 지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국가의 항소가 결정된 후 일본 내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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