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3만원 주문뒤 연락두절, 리뷰는 '1점'…별점테러 상습범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달의 민족 리뷰. 독자 제공

배달의 민족 리뷰. 독자 제공

배달을 주문한 뒤 연락이 두절됐던 손님이 배달앱에 '1점 평점'을 남기는 등 일부 악성 소비자의 '벌점 테러'에 피해 점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앱 사업자들은 소비자의 악성 리뷰와 평점을 삭제해 달라는 점주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리뷰도 일종의 저작물이라 함부로 지울 수 없다는 논리다.

13만원어치 주문하고 연락두절…리뷰는 ‘1점’

지난 22일 경남 창원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41)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날 오후 10시쯤 아파트 가정집에서 배달의민족(배민)을 통해 피자와 치킨 등 13만 원어치 주문이 들어왔다.

영수증. 독자제공

영수증. 독자제공

하지만 막상 배달 기사가 집 근처에 도착하자 손님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비대면 주문’이 아니어서 손님에게 직접 전달해야 하는 배달이었다. 끝내 연락이 닿지 않자 A씨는 배달 기사에게 음식을 매장으로 다시 가져오게 했다.

A씨는 “혹시 몰라 배민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고, ‘연락이 두절돼 배달을 완료하지 못한 경우는 고객에게 잘못이 있기 때문에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배민을 통해 고객에게 “연락이 되지 않아 음식을 회수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냉장고에 그대로 남은 배달 음식들. 독자 제공

냉장고에 그대로 남은 배달 음식들. 독자 제공

그러나 A씨는 다음날 해당 고객이 앱에 남긴 리뷰를 발견했다. 그 고객은 “음식은 어떻게 했느냐”는 짧은 평과 함께 5점 만점에 1점짜리 평점을 남겼다.

A씨는 “지난 5월 장사를 시작한 이후로 별점 관리를 위해 리뷰 이벤트까지 해가면서 노력했는데, 점주 탓으로 돌린 ‘별점 테러’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맛도 없고 수저도 없다” ‘별점테러’ 상습 고객  

이 고객은 최근 어느 국밥집에도 1점짜리 별점을 남겼다. 국밥집의 사연은 A씨와 엇비슷했다. 국밥집 점주 B씨(39)는 “배달을 갔더니 손님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20분을 기다렸는데 문도 안 열어줘 배민에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고 문 앞에 음식을 둔 채 사진을 찍어서 보냈는데도 다음 날 별점 1개 리뷰가 달렸다”고 억울해했다.

국밥집 사장 B씨가 배달의민족을 통해 해당 고객에게 남긴 문자 메시지. 독자 제공

국밥집 사장 B씨가 배달의민족을 통해 해당 고객에게 남긴 문자 메시지. 독자 제공

점주들 “매출 큰 타격…가짜 리뷰 지워달라” 

점주들에 따르면 이 ‘문제 고객’은 다른 업체에도 ‘요즘 웬만하면 배달음식도 먹을만한데’, ‘맛도 없는데 수저도 없는 이유는 뭐냐’는 식의 1점 별점을 남겼다.

배민 리뷰. 독자 제공

배민 리뷰. 독자 제공

하지만 대다수의 점주는 이런 ‘별점 테러’를 당하고도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점주 A씨는 배민에 “매장의 잘못이 없으니 해당 별점을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배민 측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방송통신법상 리뷰는 저작물로 분류돼 함부로 지울 수 없다”며 “다만 사유서를 제출하면 한 달간 블라인드 처리를 할 수 있다”고만 설명했다.

배달앱 “리뷰도 저작물, 함부로 지울 수 없어”  

A씨는 “상담원은 ‘시간이 지나면 리뷰가 아래로 내려가니 괜찮다’고 했지만, 이미 별점 평균이 깎여 매출에 타격을 입는다”며 “매장 매출의 70%가 배달앱을 통해 이뤄지고, 점주가 내는 서비스 이용료만 매달 50만원에 달하는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배달앱의 악의적인 리뷰는 업체엔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고 점주들은 호소한다. 소비자들의 별점 리뷰가 높은 순서대로 플랫폼에 노출이 되다 보니, 별점을 깎이면 주문 순위권에서 밀려나 매출에 타격을 받게 돼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플랫폼들은 대책을 마련 중이나 아직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배민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음식을 시켜먹지 않았는데 허위로 리뷰를 다는 경우엔 모니터링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으나, 악성 리뷰의 경우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지므로 차단 등 일괄적인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리뷰 자체는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인정되는 게시물이라 영구삭제는 불가능하다”며 “업주들로부터 ‘권리 침해신고’가 들어오면 30일간 해당 리뷰를 블라인드 처리하고, 고객에게 삭제 동의 여부를 물은 뒤 업주와 이견조율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고객이 리뷰 삭제를 동의하지 않아 30일이 지나 블라인드처리가 해제된 경우 업주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리뷰에 대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