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도 노는데 지장 없네"…느슨한 지침에 여름휴가 비상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17:12

업데이트 2021.07.26 17:19

낮 최고기온이 섭씨 35도에 육박한 24일 오후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낮 최고기온이 섭씨 35도에 육박한 24일 오후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휴가를 취소해야 하나 했는데, 3단계 지침을 보니 크게 지장은 없겠더라. 4명까지는 동행도 가능하고, 밤 10시 이후에는 원래도 잘 안 돌아다니지 않나.”

직장인 최모(33)씨의 얘기다. 그는 친구 2명과 8월 초 3박 4일로 계획한 포항 여름휴가를 예정대로 떠나기로 했다. 27일부터 비수도권에 일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되지만, 여행에는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최씨는 “펜션에서 우리끼리 놀고, 음식도 되도록 포장해 먹거나 배달시키려고 한다. 이동도 자차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느슨한 3단계 지침에 “그래도 휴가 간다”

여름휴가가 절정인 7월 말ㆍ8월 초, 많은 인파가 비수도권으로의 이동이 예상되지만, 다소 느슨한 3단계 지침 때문에 예정된 휴가를 취소하는 경우는 드물어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엔 역부족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예약했던 숙소와 렌터카를 취소했다는 A씨는 “7말 8초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예약했다가 울면서 지난 주말 취소했는데, 주변에 휴가를 취소했다는 사람은 잘 못 봤다”며 “당장 내 지인들만 해도 지금 강원도나 제주도로 휴가 간 게 4팀이나 된다”고 말했다.

바다가 인접한 휴가지의 숙소는 여전히 ‘예약 불가’ 상태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마감됐다. 드물게 취소 건이 나오긴 하지만 그마저도 순식간에 예약이 찬다. 남해에서 풀빌라 펜션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예약 취소 건이 있냐고 유선으로 문의하고, 대기를 걸어두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취소하는 팀이) 웬만하면 없으니 다른 숙소를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안내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탑승 수속대에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탑승 수속대에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이동량보단 휴가지에서 뭘 하느냐가 문제”

이번 비수도권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최근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이 38.4%로 급증하는 등 4차 대유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자정까지 영업이 가능했던 식당이나 카페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은 거리두기 3단계에선 영업시간이 밤 10시까지로 제한되며, 숙박도 4명까지만 가능하다. 그러나 유흥시설 집합금지나 노래연습장ㆍ실내체육시설ㆍ오락실 등 밤 10시 이후 운영제한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지자체가 자체 행정명령으로 조절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를 억제하기 위해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수도권도 가장 높은 거리두기 단계인 4단계를 2주 동안 적용했지만, 확진자 감소 효과는 크지 않았다. 3단계 거리두기라도 단계 개편 전 2.5단계보다 기준이 낮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비수도권 3단계 조치만으로 확산세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며 “수도권 4단계가 확산세를 눈에 띄게 감소시키진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비수도권 중 유행이 심각한 몇몇 지자체들은 3단계를 넘어서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정부 거리두기 개편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개인 간 거리두기’ 지침이다. 사적 모임 인원수만 제한하고, 다중이용시설은 평소처럼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반쪽짜리 개편안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동량보단 제주도 유흥주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처럼 국민이 이동해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수도권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렸어도 드라마틱한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다음 주면 확진자가 2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확진자 1000명대가 보통 수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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