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코로나 센터죠?" 욕설전화 수백통…결국 코드 뽑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16:00

업데이트 2021.07.26 16:38

지난해 1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자 서울의 한 음식점 입구에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자 서울의 한 음식점 입구에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연합뉴스

"전화코드를 빼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중국동포지원센터 이사장 박옥선(56)씨에게 지난해는 악몽 그 자체였다. 그는 "작년 4월쯤부터 '거기 우한 코로나 센터 아니냐'며 욕설이 난무하는 비난 전화 수백통이 끊임없이 걸려왔다"고 회상했다. 박씨는 "동포들에게 제발 돌아다니지 말자고 사정했을 정도"라며 "서울 대림동 부근에서 코로나가 터지면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하며 다녔다. 솔직히 숨도 못 쉬었다"고 토로했다.

<‘혐오 팬더믹’ 한국을 삼키다> 3회
뿌리 깊은 '중국동포 포비아' 팩트체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은 우리 안에 숨어있던 혐오에 불을 붙였다. 가장 큰 불똥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으로 튀었다. 그리곤 한국 사회에 있는 중국인과 중국 동포를 향했다.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지난 5월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게 물었더니 최근 1년간 혐오표현 접한 적 있는 사람이 682명이었다. 이들 중 76.8%가 중국,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를 보거나 들었다고 밝혔다. 특정 종교집단(83.3%), 특정 정치성향(79.9%)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또한 코로나19 관련 혐오표현을 사용한 사람들은 특정 종교집단(71%, 1~3순위 기준) 다음으로 중국·중국 동포(43.2%)를 많이 공격했다.

소셜 미디어 여론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별취재팀이 빅데이터 업체 사이람을 통해 페이스북ㆍ트위터ㆍ유튜브 데이터 264만4713건을 분석했더니 코로나 1차 유행 전후(지난해 1~3월) '중국인' 키워드로 가장 많이 사용된 혐오표현 1위는 '우한 폐렴'이었다. 5위는 무능, 11위는 쓰레기였다. 당시엔 코로나19 방역 차원서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걸 두고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후로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직접적 혐오가 급증했다. 지난해 4~5월 스파이(7위)와 사기(9위), 지난해 7~8월 범죄자(9위), 올해 2~4월 매국노(11위)와 노예(13위)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뿐 아니라 한복·김치 등을 둘러싼 중국의 역사 왜곡 논란이 겹쳐지며 혐오표현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중국 동포 사회는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경계인'으로 놓인 이들은 국내서 설 자리가 좁아졌다. 1년 전만 해도 활발했던 중국 동포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 등은 상당수 자취를 감췄다.

회사 생활 브이 로그를 운영하던 중국 동포 유튜버 '혜삐'(26)도 최근 2년간의 한국 생활을 접고 중국으로 떠났다. 그는 "다시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도 "중국 동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인식에 변화가 생기지 않고 오히려 나빠지기만 하는 거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방인' 중국인도 차별의 길로 내몰렸다. 손가락질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적 피해를 겪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중국어를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중국인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탔는데요. 둘이서 계속 대화하니까 택시 기사가 중국인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우리한테 빨리 내리라고 얘기했어요."-22세 남성 유학생 (2021년 논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유행 이후 한국 거주 중국인 유학생의 사회적 낙인 경험」중)

박옥선 중국동포지원센터 이사장(오른쪽)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거리 전봇대 아래에 회왼들과 함께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인조 꽃밭을 살피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옥선 중국동포지원센터 이사장(오른쪽)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거리 전봇대 아래에 회왼들과 함께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인조 꽃밭을 살피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옥선 중국동포지원센터 이사장(왼쪽 두 번째)과 CK여성위원회 회원들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거리를 거닐며 현안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옥선 중국동포지원센터 이사장(왼쪽 두 번째)과 CK여성위원회 회원들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거리를 거닐며 현안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옥선 중국동포지원센터장(오른쪽)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거리의 상인들과 대화하며 애로 사항을 듣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옥선 중국동포지원센터장(오른쪽)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거리의 상인들과 대화하며 애로 사항을 듣고 있다. 김상선 기자

중국 동포가 범죄 주도? 통계 분석하니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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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중국 포비아'나 '조선족 포비아'가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다. 중국인과 중국 동포는 범죄를 자주 저지르거나 한국에서 여러 혜택을 보고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들을 다룬 영화·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이나 종종 발생하는 극단적 범죄들이 이러한 이미지를 부추긴다.

혐오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3명(75.2%)은 '보이스 피싱 사기범이나 온라인 댓글 조작범은 중국인·중국 동포가 절반 이상'이라는 문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성별, 연령별 응답을 들여다봐도 모두 70% 선을 넘겼다. 국민 대부분이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한다는 걸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취재팀 확인 결과, 이 명제는 거의 사실이 아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검거 인원은 3만9324명, 이 중 97.5%가 한국인이었다. 물론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최상단 조직원을 파보면 중국 국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구체적 자료는 없다. 공식 통계 수치로는 한국인이 보이스피싱 사기의 절대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또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국인의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수(2019년)는 1402명이다. 한국과 몽골·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러시아 등에 이은 6위다. 중국 동포가 몰려있는 지역이 '범죄 소굴'이란 건 오해에 가깝다는 의미다. 다만 외국인 사기 범죄자 중에선 중국 국적이 2018년 1765명, 2019년 1898명으로 가장 많았다(경찰청 통계). 국내 체류자 대비 비율은 각각 0.16%, 0.17%다. 2019년 기준 일본(0.02%)이나 베트남(0.07%)보다 꽤 높지만, 미국(0.12%)이나 러시아(0.11%)와는 큰 차이가 없다.

"중국 동포들은 한국 사회 곳곳에 있습니다. 험악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아니라, 퇴근하는 지하철 옆자리 직장인, 커피 사러 들어간 카페의 직원, 밥 먹으러 간 식당의 사장님 등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른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혐오는 잘못된 것 아닐까요?"-유튜버 '혜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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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건보 '무임승차론', 사실과 달랐다

"직업이 약사인데, 약값이 어마어마한 조선족 간염 환자들이 계획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뼈 빠지게 일해서 건보료 내는 당신, 당신 건보료를 이렇게 조선족들이 빼먹습니다."

지난 2017년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주장이다. 당시 화제가 됐던 이 글은 4년이 지난 지금도 확대 재생산 중이다. '최근 건강보험료가 많이 오른 이유'로 재구성돼 중국 동포를 향한 혐오를 부채질한다. 실제로 중국 동포가 건보료를 내지 않고 건보 혜택만 받는다는 '무임승차론'에 동의하는 이가 적지 않다. 혐오 인식 조사에 응답한 10명 중 4명(43.9%)은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봤다.

하지만 특별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해당 명제는 대부분 거짓이었다. 정부는 이른바 '건보료 먹튀'를 막겠다며 2019년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했다. 6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해야 건보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3개월 이상 체류하면 건보 가입이 가능했다. 무임승차 음모론처럼 중국 동포가 건보료 내지 않고 의료 혜택만 받는 일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해마다 '플러스'였다. 이들이 낸 보험료 대비 의료 혜택을 덜 받았다는 의미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외국인 전체 가입자의 건보 재정 수지는 2013년부터 5년 동안 1조원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개정된 법으로 보험료 징수율과 납부 인원이 높아지는 걸 고려하면 흑자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외국인 건보 가입자들은 '역차별' 논란에 놓였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소득이나 재산이 딱히 없더라도 국내 가입자 평균 수준인 12만3080원(지난해 기준) 이상을 매달 내야 한다. 반면 소득이 없는 내국인 지역가입자는 월 1만4380원(올해 기준)의 최저 보험료를 낸다. 이 규정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차별이라며 논란이 됐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가리고 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를 집어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은 우울(블루)과 분노(레드)를 동시에 가져왔다. 특히 두드러진 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분노와 공격이다. 서구에선 아시아인 등에 대한 증오범죄와 혐오발언(헤이트 스피치)이 이어진다. 국내서도 온ㆍ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혐오 정서가 난무한다. 여혐ㆍ남혐 논란, 중국동포(조선족)와 성소수자 비난 등이 대표적이다.

'성별, 장애, 출신지역, 인종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편견을 조장하고 멸시ㆍ모욕ㆍ위협을 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 혐오표현의 정의(2019년 인권위 보고서 참조)다. 이러한 혐오표현은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아왔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분출하는 모양새다. 혐오는 때론 내 이웃을 향하고, 종종 나 자신을 겨누기도 한다. 팬더믹 1년 반,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우리 안의 혐오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어디로 가야할 지를 살펴봤다. 혐오표현이 근거로 삼는 명제들이 맞는지도 '팩트체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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