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에 관심 커진 '미술품 상속세 물납', 결국 불발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15:40

업데이트 2021.07.26 16:20

상속세 미술품 물납(현금이 아닌 다른 자산으로 세금 납부)을 허용하려던 정부가 ‘부자 감세’ 논란에 밀려 이를 철회했다. 상속세 미술품 물납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계기로 관심이 커지며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2021 세법 개정안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당초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오는 2023년부터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 물납을 허용할 계획이었다.

개인 소장 미술품이 상속 과정에서 급히 처분되고 일부는 해외로 유출되면서 문화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고 전성우 전 간송미술관 이사장 별세 이후 유족들이 고인의 보물급 불상 2점을 경매에 부친 사례도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별세 이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ㆍ한국미술협회ㆍ한국박물관협회 등 문화계 단체를 중심으로 미술품 물납 제도를 도입하라는 목소리카 컸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일 사전 브리핑 때 상속세 미술품 물납제를 세법 개정안에 담았다.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수집했다가 국가에 기증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특별 전시회가 개최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관람하고 있다. 2021.7.21/뉴스1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수집했다가 국가에 기증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특별 전시회가 개최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관람하고 있다. 2021.7.21/뉴스1

하지만 불과 1주일도 안 돼 입장을 뒤집어 이를 최종 개정안에서 뺐다. 미술품 물납 허용이 자칫 부유층에 대한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각종 공제를 적용하면 실제로 상속세를 내는 건 일부 고액 자산가뿐인데, 이들이 개인 소장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내면 그만큼 현금 납부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세법 개정안을 확정하기 앞서 있었던 당정 협의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진국에선 물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법률상 등록된 특정 등록미술품에 한해 상속세 물납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영국과 독일ㆍ프랑스에서도 역사적ㆍ문화적 가치가 있는 특정 재산의 물납을 허용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물납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매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고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한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향후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법 개정안 브리핑에서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과 문화재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 보전하기 위한 물납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여기에 대해선 좀 더 심도 있는 평가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개편안에선 미술품 물납을 일단 포함하지 않고, 대신 국회에 세법 개정안이 제출되면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며 “필요하면 정부 입법안보다 의원 입법안으로 법안을 발의해서 같이 논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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